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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점에서 철학으로의 전환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27일 13시 20분 20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695 |
占에서 哲學으로의 轉換
(先秦儒家思想을 중심으로)
緖 論
대학생들 사이에서 四柱카페가 한창 인기이다. 기존의 어두운 철학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카페痼?퓨전을 통해 달라진 占집의 현대적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卒業이 곧 失業인 현 시대에 대학생들이 四柱카페를 찾는 이유는 당연하다. 未來에 대한 不安, 확실한 目標 설정의 不在.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애인과의 궁합 문제 때문에도 많이들 四柱카페를 찾고 있다. 대학생들만 그러한가? 자식들을 생각하는 大韓民國의 어머니 당신도 한번쯤은 易術人이나 무당을 찾아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능 시험일만 되면 전국의 절, 교회, 철학관은 수험생 어머니들로 북새통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科學이 눈부시게 발전한 21세기가 되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占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占을 보는 것인가? 迷信이라 하며 科學이 끈질기게 타파하려고 했던 占 아닌가? 그런데도 여전히 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사람들이 무슨 내용으로 占을 보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그렇다. 자신의 未來에 관한 문제이다. 未來가 좋을 것인가, 나쁠 것인가? 즉 불확실한 未來로 인한 不安 심리 해소인 것이다. 자신의 未來는 왜 좋아야 하는가? 역시나 成功, 失敗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사건에 직면했거나 혹은 어떤 사건을 계획할 때 이 사건이 자신의 未來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관심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 好奇心인 것이다. 이러한 好奇心을 占은 속 시원히 풀어준다. 믿건 안 믿건 未來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상당한 흥밋거리이다. 물론 科學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占이 곧 眞理가 될 수 없다. 그러나 占이 곧 眞理였던 시절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占이 眞理가 아닌 시대의 등장은 갑자기 형성된 시대 모습이 결코 아니다. 이에 본문에서는 先秦儒家思想을 바탕으로 占에서 哲學으로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그 과정을 天人關係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殷 周 時 代
殷周시대는 邑제 연맹단계로서 다수의 토템적 성향의 씨족집단들이 한 邑을 중심으로 연합을 형성한 시기이다. 그러나 잉여생산, 인구의 증가는 씨족집단에서 분업적 성격의 모습인 계급ㆍ계층이라는 상하관계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ㆍ경제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새로이 형성된 지배계층은 사회 안정을 위한 社會統合理論이 필요하게 된다. 즉 殷周시대에는 토템적 성향의 씨족집단들을 통합할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上帝ㆍ天이다. 물론 考古學의 발달로 인해 중국의 古代文明은 단순한 왕조 교체의 수직적 계승 관계가 아닌 다원적 문명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러한 시각에 입각하여 엄밀히 말하자면 上帝와 天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至高無上의 人格神이란 점을 강조한다면 天帝는 하나로 묶어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吉凶禍福의 주재자로서 上帝ㆍ天은 氣象, 도시건설, 戰爭, 인간사의 吉凶, 收穫 등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占을 쳐서 모든 의문점을 판단하는(卜以決疑) 상황하에선 인간은 숙명론적인 命을 받고(受)ㆍ듣고(聽)ㆍ두려워 할(畏) 수밖에 없는 수동적 존재이다. 결국 하늘과 인간의 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하늘인 것이다.(天人相分) 이러한 모습들을「書經」을 통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나는 상제를 두려워 하니 감히 정벌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이 이미 명령을 내려 그들의 덕을 바로잡도록 하셨거늘
하늘이 아마 우리 은나라의 명을 끝맺으시려는 것 같다 .... 하늘은 어찌하여 벌을 내리시지 않는가?
내가 태어난 것은 운명이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직 하늘의 법을 삼가 집행하는 것이다.
하늘이 내리신 보배로운 명을 떨어뜨리지 말도록 하십시오.
이제 저는 큰 거북에 나아가 명을 받겠으니
하늘은 우리 집안에 재앙을 내리시어
나는 감히 하늘이 내리신 징벌을 거역하지 못하오.
점을 쳐서 하늘의 명을 물었소.
이외에도「書經」에 나온 인격ㆍ주재자적인 天帝의 모습은 수없이 많다. 결국 인간은 모든 일에 관하여 占(每事必卜)을 통해 하늘의 뜻을 파악ㆍ이행하는 天帝 중심의 패러다임 속에서 삶을 영위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殷周시대의 생활모습도 春秋의 혼란한 시대상황을 겪으며 큰 변혁을 맞게 된다.
春 秋 時 代
周公이 닦아 놓은 周의 成康時代도 시간이 흘러 견융족의 침입으로 인하여 도읍을 洛邑으로 옮기는 春秋時代로 접어든다. 天命靡常이라는 통치자의 자숙과 애민을 중시하는 周의 사상도 점차 지도층의 타락과 무능으로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에 따라 백성은 지배층이 잘 보살펴주고 보양해 줄 대상이 아닌 착취와 부역, 노동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백성들은 가난에 허덕이게 되고 전쟁과 사역에 동원되어 갖은 고생을 겪게 된다. 지배와 피지배의 대립 구조로 변화된 周 말기의 사회 상황 속에서 지배 계층의 내부 분열과 피지배 계층의 도전, 외부 이민족의 침입은 春秋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 속에서 親親ㆍ尊尊ㆍ賢賢의 봉건윤리 붕괴는 周禮의 해이를 가속시켰고, 더불어 戰爭과 凶年까지 겹친 백성들은 이제까지 의지하고 신봉하던 天, 조상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周 초기에 주창한 善, 德과 같은 덕목에 관한 믿음도 또한 점점 내팽개쳐 갔다. ‘더 이상 하늘은 사방의 백성을 고루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天帝 관념에 대한 회의와 원망이 백성들 사이에 전파된 것이다. 즉 主宰天의 의식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사고 속에서 현실적 고통의 증가는 天에 대한 원망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촉진시켰다. 결국 天帝의 해체시기가 등장한 것이다.
하늘은 지금 무거운 고통을 내리시어 화란이 너무나 심하여...
불행하도다 하늘이여! 우리 백성들을 궁하게 만들지 않았어야 되는 것을...
하늘의 명은 일정치 않아 이토록 궁한 재난을 내리셨고
하늘이 사랑하지 않으시어 이러한 큰 환난을 내리셨네...
난리와 흉년을 내리셔서 천하 사람들을 죽이고 치게 하셨으니
하늘이 포학하심은 사람들이 올바로 생각하고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하늘은 법도에 맞는 말은 믿지 않는가?
구슬까지 다 바쳤거늘 제 말은 들어주시지 않는군요...
하늘의 하느님은 저를 도와주시지 않습니다...
하늘의 하느님은 제게 남겨주시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怨天ㆍ罵天詩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상사적 전환의 모습이다. 天帝에 관한 이러한 회의와 원망은 春秋중기의 비종교적ㆍ비신화적인 방향으로 발전된다. 종래의 미신적이고 관념적인 선입견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연현상은 자연 자체에서 파악하지 인간 외적인 虛像이나 神鬼에 의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春秋左傳」에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백성은 신의 주인이다. (民爲神主)
요괴한 일은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妖由人興)
길흉은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吉凶由人)
나라가 흥하려면 백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國興聽民)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극복한다. (人定勝天)
이러한 것들은 神鬼에 의한 문제해결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주체적 능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萌芽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主宰天에서부터 周禮가 붕괴되고 天思想이 동요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과연 인간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비로소 본격적인 哲學으로의 轉換이 시작된다.
孔 子
天思想이 동요되고 周禮가 붕괴되는 혼란한 春秋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孔子는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대안을 생각하였을까? 儒法鬪爭 사상가들이 말한 反動ㆍ保守로의 회귀를 주창하였는가? 아니면 새 시대를 위한 進步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였는가? 傳統과 未來라는 두 가지 방향을 고려해 볼 때 과연 孔子의 선택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哲學으로 轉換이 되었는지 ‘天’과 ‘人’의 관계적 측면 속에서 고찰해 보자.
공자는 괴이한 것, 무력, 난동, 귀신에 관해 말씀하지 않았다.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한다.
계로가 귀신 섬기는 것을 묻자,
공자는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 섬기는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하셨다.
제사 지내야 할 귀신도 아닌데,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이다.
공자가 병이 들자 자로가 신에게 기도드릴 것을 청했다.
그러자 공자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말했다.
자로가 “있습니다. 뇌사에는 ‘너를 천지신명께 기도드리노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공자는 “나는 그 같은 기도를 한 지 오래되었다!”라고 말했다.
孔子는 不言ㆍ罕言의 방법으로써 天에 관하여 不定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性과 天道에 관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없었다’라는 子貢의 말에서도 天에 대한 孔子의 이 같은 태도는 명백하다. 즉 지금까지의 天에 집중된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의 전환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春秋時代에 나타난 인간 중심의 사유 전환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혼란 속의 인간의 삶에 관한 대안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天과 人의 매개체적인 命에 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간은 占을 통하여 聽命ㆍ受命ㆍ畏命의 태도를 취해 왔었다. 그러나 春秋의 시대적 혼란에 기인한 罵天ㆍ怨天의 등장은 이러한 수동적 입장의 근본적인 해체를 요구하였다. 더 이상 聽ㆍ受의 방법을 통한 命의 수용은 春秋時代 사람들에겐 무용한 방법 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孔子는 命을 어떤 식으로 보았는가?
공자가 말했다. “안회라는 자가 학문을 좋아했었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다. 지금은 없다.”
백우가 병으로 앓아눕자 공자가 문병을 갔다. 문 밖에서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탄식했다.
“이럴 수가! 운명이란 말인가!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에 자하가 이렇게 말했다. “내 들으니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한다.
군자가 공경하고 과실이 없으며 남과 사귐에 공손하고 예가 있으면 사해의 모든 사람이 형제인데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근심하는가?”
공자가 말했다.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명이며, 도가 장차 행해지지 않는 것도 명이다.
공백료가 그 명을 어찌하겠는가?”
孔子는 어쩔 수 없는 命의 영역을 수용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부가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말채찍을 잡는 일이라도 하겠다.
그러나 만약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
자로가 말했다. “..... 군자가 벼슬을 한다는 것은 그 의를 행하는 것이다. 도가 행해지지못할 것은 이 미 알고 있다.”
그러나 孔子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하여 수용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주체적 차원으로서의 행위를 등장시킨다. 즉 死生, 夭壽, 吉凶, 富貴, 禍福의 成功ㆍ失敗라는 기준의 命에 관한 패러다임을 是非ㆍ善惡의 義에 관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道가 행해지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命을 알고 있더라도) 君子라면 義를 다하여 道를 밝히고 지켜야 한다. 인간의 능력으로 장악할 수 없는 命에 의해 한계를 긋는 피동적인 인생의 방향에서, 孔子는 義라는 주체적 자각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天과 人의 관계에서 하향이라는 일방적 방향으로부터 상향적 방향으로 바뀌는 「孟子」 「易傳」 「中庸」의 사상적 맹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命은 받아들여 敬畏하는 것이 아닌 知命이 되는 것이며 命의 제한을 통한 義의 확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기준은 效用ㆍ功利性이 아닌 正堂ㆍ當爲性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司馬遷이「史記」에서 말한 하늘에 관한 물음이 이러한 변화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을 실천하는 孔子의 모습은 命의 제한을 통한 義의 확대라는 義命合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命의 수용방법의 변화를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사람이 타물을 접하는 태도의 변화 즉 주체적인 ‘나’ 자신의 강조라 할 수 있다. 주체적인 ‘나’ 자신의 강조는 다음에 언급할 내용과 더불어 仁의 존재를 설명하는 한 근거가 된다.
春秋時代의 대표적 관념은 禮이다. 이미 原始宗敎적 의미에서 벗어나 모든 人文세계를 포괄하는 공통이념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周禮의 붕괴는 ‘나’와 만물, ‘너’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며 禮의 유래가 되는 尊長意識의 약화와 名分이 혼란한 사회적 상황을 초래하였다. 그에 따라 春秋後期에는 禮와 儀式을 구분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禮에 관한 儀式적 측면의 대두가 특이한 사항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관하여 孔子의 견해가 子罕 3장에 나타나있다. 삼베와 명주를 통하여 합리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堂上下를 통하여 교만이라는 그릇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儀式과 분리된 禮의 根本에 관하여 林放과 孔子의 문답은 孔子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에서 노인을 위해 자리 양보를 해야 된다는 禮는 내가 하기 싫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하기 싫어도 양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은 孔子가 말한 진정한 禮가 될 수 없다. 禮는 內外가 겸비될 때만이 진정한 禮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孔子는 周禮가 붕괴된 원인을 찾았으며 이에 ‘나’에 관한 인격적 수양의 문제를 강조한 것이다. 겉치레의 禮儀의 완비는 외적으로 훌륭한 것 같지만 내적으로 빈약하여 禮의 본질이 아니다. 秩序의 혼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선 각 개인의 인격이 秩序의 혼란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禮를 행하는 ‘나’라는 점에서 仁의 등장은 보다 높은 禮에 관한 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義命合一과 禮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孔子는 ‘나’라는 주체적 개인을 중심으로, ‘너’ ‘天’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덕목이 바로 ‘仁’인 것이다. 仁이라는 범주는 孔子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각적이고 실천적 주체로서의 규정이라는 의미에서 仁을 사용한 것은 공자에서 비롯되었다.
안연이 인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사심을 극복하고 예를 실천하는 것이 인이다. 하루라도 사심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면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어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인을 행하는 일 이 내게 달려있지 남에게 달려 있겠느냐?”
인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인을 바라기만 하면 인은 곁에 있다.
외적인 것에서부터 삶의 근원을 찾지 않고 ‘나’로부터 찾는, 개개인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孔子의 모습에서 ‘나’라고 하는 인간의 심리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仁에 관한 여러 덕목들이 제시된다. 예전이나 지금의 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은 仁이 모든 덕목의 총칭이라는 점이다. 孝, 忠, 恕, 中庸, 義, 智, 禮, 信, 恭, 寬, 惠, 敏, 愛, 生, 공동창조성 등이 바로 그렇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덕목의 총칭으로서의 仁에 관한 實踐적 측면이다.
중궁이 인에 관해 묻자 공자는 “문을 나가서는 큰손님을 만남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리기는 큰제사를 받들 듯이 하고 자기가 하고자 아니하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 라고 대답했다.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서일 것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공자가 말했다. “....인이란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가까운 자신을 가지고 남의 처지를 미루어 보는 것이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결국 仁을 행하는 방법은 자기의 경우로부터 남의 처지를 유추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能近取譬의 방법은 推己及人, 絜矩之道, 克己復禮와 상통하며 曾子가 말한 孔子의 일관된 道인 忠恕를 뜻하는 것이다. 안으로는 仁으로써 ‘나’를 완성하고 밖으로는 ‘너’를 완성하여 상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아는 차원에서만 머문다면 의미가 없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인을 버리면 어떻게 군자라는 이름을 이루겠는가?
군자는 밥 먹는 동안이라도 인을 어기지 않고 급한 때에라도 반드시 그것을 지키며 역경을 당하여 도 반드시 이렇게 한다.”
공자가 말했다. “인에 있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증자가 말했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되니 책임이 중대하고 갈 길이 멀기 때 문이다. 인으로 자신의 책임을 삼으니 막중하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끝이 나니 멀지 아니한가?”
실제 생활 속의 實踐을 떠나서는 절대로 仁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종일관 철저히 행해야 하고 利害得失 때문에 바꾸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지사와 인자는 삶을 구하여 인을 해치는 일이 없으며 몸 바쳐 인을 이룩하는 경우는 있다.”
육체적인 생명까지도 포기하여 仁을 완성하는 것을 강조한 孔子의 말에서, 仁은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초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무한한 가치로까지 승화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채인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仁을 실천한다는 것은 주관정신(덕성을 완성하는 것, 인자가 되는 것, 성인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객관정신(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 수양을 하여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등은 모두 주관적인 것으로부터 객관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가정과 국가의 천하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을 표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절대 정신(아래로부터 배워서 위를 총달하고 인을 실천하여 하늘을 알며 하늘과 사람이 도덕적으로 하나가 되어 사물과 대립되지 않는 경지)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때에 인간과 우주 만물의 관계는 하나로서 새롭게 정립되는 것이다.(天人合一) 그것은 孔子가 70세에 도달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나 도를 넘지 않는다.”(從心所欲不踰矩) 라는 자유의 경지인 것이다.
孔子는 당시 禮의 변화와 붕괴에 직면하여, 天에 관한 새로운 관계적 패러다임으로서 인간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하였다. 그것의 근거로서 孔子는 仁을 제시하였으며 仁을 통하여 단절된 ‘나’와 대상 간의 접근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仁을 해야 되는가에 관한 논증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孟子」와 「易傳」은 각각 내외부적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孟 子
性善說은 孟子의 주요한 학설로서 孔子의 仁을 발전시킨 규명이며 검증이다. 이러한 性善說을 주장하고 검증하는데 있어 孟子는 禽獸와 다른 인간의 특성을 제시한다. 이것은 선한 행위를 왜 해야 되는가에 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에 유익하기 때문에 해야 되는 墨家적 입장이 아닌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에 해야 되는 인간의 본유 관념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금수와 다른 까닭은 아주 미미하다. 다만 뭇 사람은 그것을 버리지만 군자는 보존한다.
... 인의를 따라 행하신 것이지 인의를 행하려고 하신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개의 성은 소의 성과 같고, 소의 성은 사람의 성과 같은가?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인간의 본질 즉 仁心이 있기 때문이다. 孟子의 이 같은 생각은 告子와의 충돌을 일으켰다. 告子는 食慾과 色慾이 근원적인 본성이며 그것은 여타 짐승들과 다를 바 없다고 하였다. 반면 孟子는 食慾이나 色慾으로는 禽獸와 사람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하였다. 물론 食慾, 色慾을 철저히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사람 된 까닭은 禽獸와의 차별적인 본성에 근원하고 있다는 것이 孟子의 주장인 것이다. 그 차별적인 본성이 곧 仁心이다. 이러한 仁心은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仁心을 잘 따르면 大人이 되고 그렇지 아니하면 小人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禽獸와 다르게, 더 나아가 小人과 다른 大人으로 나갈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갖게 된다. 仁心이 대단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孟子는 仁心이 본래부터 인간에 갖추어져 있다는 논증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곧 四端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있다.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능한 것은 양능이요,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양지다.
仁心을 포함한 四端, 良能, 良知가 곧 본연의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따라서 본성의 善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본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孟子는 天을 心性에 內在化시킴으로써 도덕성의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기에 孟子가 말하는 性善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도덕적으로 완전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태어날 때 그의 본성 속에 저마다 선한 요소 혹은 원칙이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모든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그 선한 본성을 잘 보존하고 확충한다면 누구나 聖人이 될 수 있다.
요순과 보통사람은 같다.
성인도 나와 똑같은 부류이다.
순은 누구고? 나는 누구인가? 누구든 노력한다면 순임금처럼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孟子의 性善論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부 聖人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삶의 가치 주인은 나라는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삶의 가치가 외재적이었던 고대 사회를 거쳐 命의 제한과 義의 확대라는 孔子 시기의 萌芽적 轉換의 완결이다. 결국 孟子는 孔子가 제시한 仁의 근거를 인간의 타고난 본성으로써 증명하였다. 이러한 본성을 통하여 인간은 충분히 옳고 그름의 패러다임을 수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천지와 함께 할 수 있는(與天地同流) 진보적인 발전을 보여주었다. 요컨대 孟子는 人性과 天道를 연계시킴으로써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孟子의 증명은 가치 주체의 자각이란 측면에서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인간의 고유성과 形而上學을 부정하는 현대철학의 해체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어 새로운 가치 근원을 모색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 된다. 그러기에 인간의 현실적 욕구의 배제를 전제하고 性善說에 기반한 그의 윤리적 이념은 당대에 실현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孟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근원의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에 先秦儒家에서는 두 가지 대안이 제시되는데 荀子와「易傳」,「中庸」이다. 특히 荀子는 지금까지 전개된 天과 人의 관계에서 天을 과감히 제거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연법칙과 인간법칙의 연계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天人相分은 자연과 인간이 각각 그 職分을 갖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易傳」과「中庸」은 荀子와 달리 오히려 天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첨가하는데 그것이 바로 地이다.
易 傳 , 中 庸
「易傳」과「中庸」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天地 개념의 새로운 등장이다. 이러한 변화는 主宰者적인 人格天으로부터의 완전한 轉換을 의미한다.
天地位焉 萬物育焉. 中庸. 1
天地之道 可一言而盡也. 中庸. 26
天尊地卑 乾坤定矣. 繫辭上. 1
是故天生神物 聖人則之 天地變化 聖人效之. 繫辭上. 11
天地定位 山澤通氣. 說卦. 3
天下之道 貞觀者也. 繫辭下. 1
이분법적인 天人關係에서 天地라는 自然개념으로의 轉換은 인간과 自然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그 동안 自然의 성스러움을 배제한 서구근대사상과 세속화 신학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종합적 틀을 제시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天地개념이 단순한 물리적인 自然之天에 불과하다면,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서양의 脫聖化의 시각과 별반 다를 바 없게 되고 만다. 그러므로「易傳ㆍ中庸」에서 말하는 天地개념의 본질적 의미 파악은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작업이다. 그렇다면「易傳」과「中庸」의 天地는 自然之天의 天인가? 아니면 天地가 天地인 까닭은 무엇인가?
가면 반드시 되돌아오는 것이 천지의 법칙이다.
마침이 있는 곳에 시작이 있다. 이것이 하늘의 운행이다.
해가 남중하면 기울고 달은 차면 이지러진다. 천지간의 차고 빔은 때에 따라 쇠하고 성한다.
천지가 변혁하여 사계절이 이루어진다.
문을 닫는 것은 곤이고 문을 여는 것은 건이다. 닫혔다 열렸다 하는 것이 바로 변화이다.
왕래 무궁한 것이 곧 통이다.
天地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陰陽의 변화가 곧 天地의 속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가? 단순한 변화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易傳」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物極必反의 원리로써 변화의 현상을 종합한다. 우주간의 어떠한 사물도 발전하여 일정한 정도에 이르면 변하여 反轉하게 된다. 가면 돌아오고 차면 기울고 하는 物極必反의 원리는 모든 변화에 통용되는 것이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乾卦’에서도 上九의 경우는 별로 좋게 여겨지지 않는다.「周易」의 64번째 卦가 ‘未濟卦’인것도 이러한 物極必反의 원리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러한 物極必反의 변화를 통해서 天地는 生生不已라는 숭고한 일을 한다.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 되는 것이 도이다. 도를 이어받은 것이 선이고, 도에 의해서 성취된 것이 성이다 ... 끊임없이 낳고 또 낳는 것이 역이다.
천지의 가장 큰 덕은 만물을 살리는 것이다.
단순한 순환 반복이 아닌 萬物을 살리기 위한 物極必反의 변화가 바로「易傳」이 제시하는 天地가 天地인 까닭인 것이다. 萬物에 생명을 부여하고, 각각의 생명이 제 때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생명력의 창조는 「中庸」26장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요컨대,「周易｣과「中庸」은 어쩌면 아무런 의미도 발견해 낼 수 없는 自然에서 가장 특이하고 거역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발견해 내는데, 그것은「易傳」에서는 ‘生生之謂易’ ‘天地之大德曰生’ 등으로 나타나고「中庸」에서는 ‘生物不測’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生生不已와 生物不測이야말로 天地가 단순한 물리적 自然之天이 아닌 성스러운 天地여야 하는 본질적 근거이다.
主宰적 人格적 天에서 宇宙自然의 이법을 의미하는 天地의 轉換을 통하여 나타난 중요한 사항은 天人合一의 진정한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易傳」과「中庸」에서는 ‘感應, 感通’ 및 ‘誠’으로 나타내었다. 따라서 인간은 모든 삶의 가치이자 모델인 自然을 본받고 自然 앞에서 겸손히 生生의 향연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자연을 再聖化하고 내부적으로는 ‘나’라는 가치 주체의 자각을 통해서 天人간의 새로운 관계를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天人合一을 통하여 모든 사람과 自然은 전체적인 우주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더욱이 신명나는 상호공존의 세상에서 모든 인간과 自然을 고무시켜 신묘로움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天地는 더 이상 占의 대상이 아닌 生의 希望이요, 삶 그 자체이다.
結 論
우리는 지금까지 占이 哲學으로 어떻게 轉換되었는지를 先秦儒家思想을 중심으로 고찰해 보았다. 天人相分이라는 主宰적 人格天의 이분법적인 殷周時代에서는 占을 통하여 하늘의 뜻을 파악하고 모든 일에 있어 그 占의 지시를 따랐다. 그러나 春秋의 혼란기를 통하여 占에 관한 구조조정기를 맞게 된 사람들은 기존의 天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더욱이 迷信的 관념에서 탈피한 自然현상의 과학적 해석들은 보다 발전된 轉換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기의 상황 속에서 등장한 이가 孔子이다. 孔子는 天人相通이라는 보다 발달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命에 관해서는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보다 중요한 것으로써 義의 확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 같은 모습은 전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발상의 轉換이다. 게다가 개인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하는 仁의 강조는 기존의 天人이분법을 해체한 天人合一의 萌芽的 轉換이라는 측면에서 상호소통의 장을 마련한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 후 戰國時代 등장한 孟子와「易傳」및「中庸」은 天人合一에 이를 수 있는 내외적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占에서 哲學으로의 완전한 轉換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러한 轉換의 모습이 단순한 사상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占에서 哲學이라는 단순한 轉換이 아닌 문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문명에 있어 소중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天地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 위에 父母라는 인간적 측면을 더하고, 그 위에 다시 五倫이라는 관계적 측면을 더함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修身과 解脫과 超越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머니를 잃은 아이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머니를 다시 찾아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평화롭다. 이렇듯 우리네 인간이 自然이라는 우리네 어머니를 다시 찾지 않는 한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절망적인 죽음의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진정한 天人合一을 통하여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본질적 모습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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