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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설 비교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27일 13시 21분 52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5699 |
緖 論
천년의 中世王國이 무너지면서 등장한 르네상스(Renaissance), 宗敎改革(Reformation), 科學革命(Scientific Revolution)은 個人主義 문화의 확산과 심화를 야기 시켰다. 더욱이 有機體적인(organistic) 世界觀에서 原子論적(atomistic) 機械論적(mechanistic) 世界觀으로의 변화는 實證(Positivism)과 行態(Behavioralism)의 주체라는 人間과 그에 따른 人間觀에 의해 主觀이 客觀的 세계의 근거가 된다는 認識論을 등장하게 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서구 近代는 存在ㆍ事實(FactㆍIs)이 價値ㆍ當爲(ValueㆍOught)와 분리되어 세계를 인간 자신의 산물로서 파악하려는 認識論적인 시대적 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社會哲學의 분야에 적용한 것이 社會契約論(Social Contract Theory)이다. 社會契約은 平等한 個人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契約을 의미한다. 당시의 신분질서 상황에서의 이 같은 社會契約說의 의미는 ‘人民主權’이라는 혁명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욱이 中世 封建制度의 바탕이 되었던 統治契約은 王과 人民 사이의 僕從과 保護를 매개로 하는 契約이었다. ‘身分制的 社會’라는 전제를 근본으로 하는 契約이었던 것이다. 물론 統治契約과는 다른 社會契約의 개념이 近代에 이르러 최초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Plato)의『國家論(The Republic)』에서 등장하는 소피스트(Sophist) 글라우콘(Glaucon)은 그의 正義觀을 설명하며 契約論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正義 자체는 本質ㆍ本有적인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必要에 의한 契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 하였다. 그의 관점에 있어서는 正義ㆍ倫理ㆍ道德을 형성할 自然的이며 本質的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관점이 최초의 近代的 社會契約論者라 할 수 있는 홉스(T. Hobbes) 政治哲學의 母體가 되었다. 글라우콘의 이 같은 相對主義的 관점이 근대에 이르러 받아들여진 것은 앞서 주지한 바와 같이 認識論의 변화와 個人主義 문화의 확산에 기인한다. 그에 따라 個體保全(self-preservation)이라는 個人主義的 인간의 목적 및 원리는 近代 政體論의 기본적인 演繹的 근거가 되었다. 그러므로 個體保全을 위한 개인의 利己的 행위를 어떠한 틀(rule) 안에서 合理化시키는가의 문제가 서구 近代 政體論의 핵심적 문제인식이 된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당연히 서구 古代의 共和主義的 전통(Republicanism)과 自然法的인 道德개념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여기에 17세기에 이르러 權威主義的 絶對主義 체제를 겪으며 등장한 自由主義와 近代 個人主義의 만남은 인류 역사상 중요한 變革의 계기인 청교도 革命과 名譽革命, 프랑스 大革命의 사상적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이 近代的 사회 변동에 있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은 社會契約說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 특히 社會契約說을 발전ㆍ확립시킨 세 思想家의 역할이 독보적인데 그들이 곧 홉스(T. Hobbes), 로크(J. Locke), 루소(J. J. Rousseau)이다.
이에 본문에서는 세 思想家의 社會契約說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그들의 思想을 각각 비교하는데 있어 논리의 흐름에 유의하여 方法論, 人間觀, 自然狀態, 社會契約을 중심으로 중요 항목을 설정, 이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Ⅱ. 本 論
1. 方 法 論
각각의 思想家들이 어떠한 方法으로 자신의 의견을 진행하였는가의 논의이다. 이러한 方法論을 주의 깊게 살펴봄으로써 세 思想家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① 홉 스
홉스의 接近方法은 한 마디로 自然科學에 기초를 둔 ‘分析(resolution)ㆍ綜合(composition)의 方法’이었다. 당시의 고전 物理學(Physics)과 유클리드幾何學(Euclidian Geometry)은 演繹的인 방법으로써 물질들의 法則을 밝혀내는 학문이었다. 즉 물질의 속성을 알기 위해,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分析하여 각각의 속성을 파악하고 다시 그 요소들을 構成하여 전체 물질의 속성을 파악하는 방법인 것이다.
홉스는 이러한 自然科學的 方法論을 政治學에 적용하였다. 國家를 쪼개어 個人으로 나누고, 부분인 個人을 다시 綜合하여 國家를 파악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 있어 홉스는 모든 현상을 唯物論적인 물체의 運動에 의거하여 설명하였다. 때문에 國家의 요소인 個人의 속성을 分析할 때도 역시 運動法則에 따라 인간의 心理 및 感覺ㆍ認識을 해석하였다. 이렇게 파악한 인간에 관한 연구는 演繹的 合成을 거쳐 人工物體인 國家의 속성을 알 수 있게 한다.
따라서 홉스는 政治社會를 그 구성부품인 個別人間의 運動으로 分解하고, 그 다음에는 個別人間의 運動을 상상적 또는 가정적인 단순한 힘으로 分解하며, 여기서 얻어진 단순한 힘 즉 누구나 다 인정하고 합의하는 보편적이고 자명한 單純命題를 演繹的으로 合成하여 個別人間과 政治社會라는 複合命題의 運動原理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가 이러한 方法論을 견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용어의 定義’였다. 그의 대표적 저작인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人間論에 관한 처음의 내용은 각각의 용어에 관한 ‘定義’였다. 홉스에 있어서 ‘용어의 定義’는, 정확한 용어의 定義를 통하여 기본 개념에 관한 논쟁을 불허하는 幾何學과 같은 市民哲學을 갈구했던 홉스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되는 것이다.)
② 로 크
로크는 베이컨(F. Bacon)과 홉스의 經驗論을 계승하고 대륙 合理主義者들의 本有觀念(innate ideas)을 비판하는데서 출발한다. 그의 유명한 ‘白紙說(tabula rasa)’은 知識의 근원은 感覺임을 주장하고 있다. 感覺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 어떠한 것도 우리의 知識이 될 수 없음을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知覺作用에 의해 도입된 것은 事物자체가 아니라 대상의 性質인데 그것은 第1性質과 第2性質이 있다. 전자는 우리의 感覺과는 독립된 물체에 고유한 性質을 가진 것이고, 후자는 一時的인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可變的인 性質이다.
로크가 政治社會를 탐구한 방법은 ‘分離의 技術(the art of separation)’이다. 이러한 分離의 技術은 당시의 政治상황에 있어서 그가 추구하려했던 黨派的 입장을 合理化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國家와 敎會, 國家와 社會 등의 分離를 통해 個人의 自由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초의 진정한 自由主義者’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도 이와 같은 方法論에 기인한다. 더욱이 그가 평생을 두고 따랐던 섀프츠베리 백작(Earl of Shaftesbury)의 대의(‘Exclusion crisis’)를 지지했던 思想家임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方法論은 보다 효율적으로 로크의 思想을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많은 方法이다.
③ 루 소
루소는 당시의 주류였던 啓蒙主義者들의 主知主義的 주장에 반대했던 思想家였다. 그는 合理主義에 대항하여 人爲的인 것을 비판하고 인간의 자연적 感情과 情緖를 중시한 浪漫主義者였다. 루소의 浪漫主義的 경향은 共和主義的 전통을 주장하는 그의 政治的 견해를 뒷받침해 주었다. 이러한 루소의 특수한 해석은 루소 자신이 생존하고 있던 政治社會를 누구보다도 憎惡하였고 社會에 팽배한 不條理와 惡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이론의 중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루소는 홉스ㆍ로크와 달리 市民社會의 기초를 市民社會의 外部(無道德(amoral)의 自然狀態(l'etat de Nature))에서 찾는다. 사회가 생김으로써 諸惡이 생기게 되었다고 본 루소의 당연한 태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루소의 고유한 方法論은 近代 市民社會의 모든 기초를 전혀 다른 새로운 원칙에 의해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一般意志(General will) 역시 루소의 문제의식이었던 ‘自由와 權威의 調和(self- legislation)’를 가능케 한다. 이와 같은 루소의 논리는 홉스의 現實主義的 認識으로서는 성립 불가능한 내용의 것이다. 더욱이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憐憫의 情(la pitie)'은 단순한 自愛的 慾望인 自己愛(amour de soi)를 긍정적인 社會的 美德으로 변형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人間은 이러한 本性을 社會契約을 통해 새롭게 복원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루소는 기존의 社會契約論者들과는 相異한 점이 많은 思想家였다.
2. 人 間 觀
어떠한 인간상을 그렸는가에 따라서 社會契約의 내용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이러한 人間觀을 바탕으로 自然狀態에서의 인간 행위 및 목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달라진 인간의 행위와 목적은 社會契約의 성질까지도 바꾸게 되는 것이다. 人間觀에 관한 해석은 각 思想家의 政治哲學을 밝히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① 홉 스
方法論에서도 밝혔듯이 홉스는 機械的 唯物論의 관점으로 人間을 바라본다. 홉스는『리바이어던』序說에서 “생명은 四肢의 운동(motion of limbs)에 불과하다. 내부의 중심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모든 자동기계(automata)는 人工生命(artificial life)을 갖는다고 말해서 안 될 이치가 없지 않은가?”라고 밝히고 있다. 뒤이어 그가 비유한 ‘태엽=심장, 톱니바퀴=관절, 선=신경’의 명제들은 ‘生物運動’을 내부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唯物論的 입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홉스는 機械라는 人間이 慣性의 法則(the law of inertia)에 따라 운동을 계속하려는 충동을 가진다고 생각하였다. 그 충동의 원초적인 형태가 바로 죽음에 대한 功布이다.
그렇다면 生物運動은 이러한 方法論으로 설명이 된다고 하자. 그러나 情神ㆍ心理ㆍ意識의 영역은 홉스의 唯物論的 관점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홉스는 經驗主義에 입각한 感覺論을 주장한다. 즉 홉스는 “感覺은 모든 사고의 始原을 이루는 것”으로서 感覺이 없다면 어떠한 개념도 발생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感覺은 하나의 運動物體가 신체기관과 접촉함으로써 신체기관의 움직임에 의해 변화하게 된다. 그에 따른 신경의 변화와 심장의 逆壓(counterpressure)은 人間에게 知覺한다는 認識을 유도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意識'인 것이다. 그러므로 意識은 신체운동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환언하면 홉스는 意識을 定義함에 있어 情神과 신체 사이의 끊임없는 因果的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적 운동에 앞선 것이 바로 '努力(endeavour)'이다. 努力이란 인체내부의 작은 운동의 동기(small beginning of motion)들을 말한다. 이러한 努力은 그것을 지향하는 쪽에 慾望(desire)이 있고 그것을 기피하는 쪽에 嫌惡(aversion)가 있는데 人間의 모든 情念(passion)은 이 慾望과 嫌惡의 相反形態로부터 演繹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慾望의 지향과 嫌惡의 기피운동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努力의 결과로서, 自己保全(self-preservation)이라는 죽음의 功布와 연결된다. 그리하여 홉스는 善(Good)을 慾望의 대상(movement toward something)으로, 惡(Bad)을 嫌惡의 대상(movement away from something)으로 定義하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홉스는 모든 心理的 개념을 作用과 反作用(action-reaction)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모든 행위의 배후에는 自己保全이라는 원리가 근거하고 있음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自己保全의 근거는 자신의 이익(self-interest)을 추구하는 개인을 도출하게 된다. 결국 홉스는 人間心理에 관하여 극단적인 決定論的 利己主義(deterministic egoism)를 표방한 思想家였던 것이다.
② 로 크
로크는 홉스와 같이 經驗論的 人間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홉스와 마찬가지로 本有觀念 및 최고의 價値基準이나 道德標準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홉스처럼 극단적인 決定論的 利己主義 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인간을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며 이기적인 피조물로 본 홉스와는 달리 로크는 인간을 대체로 점잖은(decent) 존재라고 보았다. 점잖은 존재는 곧 社會性과 연결된다. 기존의 맥퍼슨(C.B.Macpherson)적인 해석으로는 ‘소유집착적 個人主義’의 강조로 말미암아 로크가 社會性을 중시했다는 것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로크는 인간에게 있어서 홉스가 생각한 것보다 사회를 지향하는 本性이 더 많음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로크의 人間觀은 본질적으로 自己利益만을 추구하는 홉스적 인간과는 달리 은밀한 道德 감정을 통해 私益의 합리적인 추구가 가능한 人間觀이다. 이러한 차이는 후의 自然狀態 및 더 나아가 전체적인 政治哲學을 논하는 것에 있어서도 두 思想家의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이러한 엄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시각은 고전적 自由主義者들이 反공동체적이고 공동선에 무관심했다는 오해와 더불어 自由主義와 共同體主義 간의 대립적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차이에 주의하여 고전적 自由主義者들이 그러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自由主義와 共同體主義 더 나아가 儒學的 전통과의 관계에서도 非대립적인 화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인식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③ 루 소
루소는 啓蒙時代에 있어서의 文明의 유일한 희망으로 믿었던 知性의 발달, 知識의 증대, 科學의 진보 등을 싫어하고 良心 및 善意, 온화하고 관대한 감정을 선호한 反啓蒙主義(Anti-enlightenment)적인 人間觀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人間觀의 성립과정은『에밀』에 나오는 ‘사보야드 신부의 신앙고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루소는 良心을 기반으로 存在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存在와 良心’의 관계는 ‘自由와 良心’의 관계로 발전하여 社會契約의 목적이었던 ‘自由와 權威의 결합(self-legislation)’에까지 이르게 된다. 良心을 강조한 그의 人間觀은 ‘憐憫의 情’을 강조하는 浪漫主義적인 주장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自己愛(amour de soi)와 憐憫의 情(la pitie)은 無道德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반영한다. 그러나 사회의 등장은 諸惡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不平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自己愛는 偏僻된 利己主義(amour propre)로 변하고 憐憫의 情은 사라지게 되어 인간은 소외되고 타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 하에 루소는 ‘홉스의 自然人은 타락한 近代의 社會人의 모습’이라 하였다. 결국 루소는 인간의 善한 存在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자신의 人間觀을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人間觀을 바탕으로 하여 루소는 인간의 自由ㆍ自律性ㆍ尊嚴性을 도출하게 되고 共和主義적이고 平等主義적이며 民主主義적인 그의 政治哲學을 전개한다.
3. 自 然 狀 態
人間觀을 바탕으로 한 自然狀態의 묘사는 社會契約의 과정과 원인을 함께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自然狀態는 ‘歷史的 說明’이 아닌 ‘論理的 假說’일 뿐이다. 그러나 論理的 假說의 의미로서 등장하는 自然狀態를 각각의 思想家들이 해석한 관점은 상이하다. 그에 따라 社會契約의 성격도 달라진다.
① 홉 스
홉스가 말하는 自然狀態는 인간의 本性이 작동하는데 아무런 外的制約이 없는 상태, 즉 사람들을 위압하는 共通權力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外部의 구속을 받지 않고 本性에 따라 생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本性에 관한 厭世主義적 관점을 견지했던 홉스의 自然狀態는 '萬人의 萬人에 대한 鬪爭(Against for all)' 상태가 된다. 이 상황에서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예술도 학문도 문명도 근로도 사회도 있을 수 없고 - 인간의 생활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더럽고 불결하고 잔인하며 그 목숨도 짧다.” 또한 “正, 邪, 正義와 不正의 관념이 존재하지 않고 소유권 및 지배권도 있을 수 없는 상태”이다. 홉스의 自然狀態에서는 오직 힘과 폭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홉스의 自然狀態에 관하여 맥퍼슨은 “自然狀態의 인간은 文明人으로서 단지 모든 法과 契約의 强制力이 제거된 상태에서의 현존하는 그대로의 인간”이라 하였다. 이 말은 곧 홉스의 입장에서는 ‘사회 속의 인간’이 自然狀態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필연적으로 취하게 될 행동을 보여주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다. 文明人과 먼 類人猿의 상태라면 그 속에서 市民社會의 기초를 제공할 인간의 規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自然狀態에 관한 論理的 假說은 로크에 의해서도 사용된다.
② 로 크
로크의 自然狀態는 政治權力이 성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힘의 사용에 의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홉스식의 戰爭狀態를 초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로크의 自然狀態에서는 自然法이 인간을 구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自然狀態의 인간이 自然法에 따라 理性的으로 행동하는 경우 自然狀態는 鬪爭이 아닌 平和의 상태이다. 그러나 로크는 인간이 理性的 存在이기도 하지만 “무지하며, 한쪽으로 치우치며 편견을 가지고 있고 격정과 복수심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한다. 따라서 自然法의 집행자인 인간이 이렇게 돌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화로운 自然狀態는 戰爭狀態에 처할 가능성도 있게 된다. 결국 로크의 自然狀態는 平和의 상태일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戰爭狀態’이기도 하다. 이러한 ‘잠재적인 戰爭狀態’에서는 언제라도 상대방을 살해할 수 있는 權利 행사가 許容된다.'고 한다. 또한 개인의 소유(property)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잠재적인 戰爭狀態’를 벗어나고 ‘생명과 재산, 자산’을 보다 안전하게 지키고 향유하기 위해 政治社會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로크는 이러한 自然狀態를 묘사함으로써 政府ㆍ權力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社會狀態에서 政府ㆍ權力이 해체된 상태(自然狀態)를 보여줌으로써 속박ㆍ억압의 不自由를 보여줌과 동시에 조직화된 政治社會의 이익과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다. 당시의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社會政治 諸관계 및 실체는 잘못된 인습의 상태일 뿐 기존의 숙명적이고 統治契約적인 正當性의 여지는 어느 곳에도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후에 서술할 로크적인 社會契約의 성격과 특징을 통해 잘 나타난다.
③ 루 소
루소 역시 홉스ㆍ로크와 같은 自然狀態(l'etat de Nature) 개념을 서술하지만 루소의 自然狀態는 내용면에서 전혀 다르다. 루소는 이들 선배 思想家들이 묘사한 自然狀態는 “사회에서 얻은 관념을 自然狀態에 옮겨놓은 것”이라고 하며 “未開人에 대하여 운운하면서 社會人을 묘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보았다. 따라서 루소의 自然狀態는 人爲的인 政治가 배제된 상태로서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상태, 즉 類人猿의 상태에 보다 가깝다. 이러한 自然狀態에서의 인간은 孤獨한 存在로서 어느 누구도 他人에 대해서 依存하지 않는 平等한 존재이다. 依存하지 않음은 곧 어느 누구의 權威나 他人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는 自由로운 狀態를 의미한다. 이러한 自然狀態에선 인간은 無道德적인 특성을 지닌다. 인간 본래의 감정으로 등장하는 自己愛와 憐憫의 情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理性的인 판단에 의하여 나오는 감정이 아니다. 道德的인 善을 포함하여 루소가 인간을 本質的으로 善한 存在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歷史는 平等의 狀態로부터 벗어나서 不平等의 狀態로 나아간다. 질투 및 소유물의 비교는 허영과 경멸, 치욕과 선망을 낳는다. 이것이 바로 不平等에의, 그리고 惡德에의 第一步였다. 그로 인한 사유재산을 비롯한 文明에 의해 야기된 인간의 타락은 不平等의 심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묘사된 마지막 단계의 사회는 市民社會이다. 市民社會야말로 홉스식의 自然狀態인 것이다.
그렇다면 루소가 생각한 自然狀態의 메타포는 무엇인가? 루소의 自然狀態는 현재의 타락한 市民社會를 지양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건립하기 위한 목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과거로의 回歸는 不可能하므로 自然狀態에서 인간이 누렸던 自由와 平等을 보장해줄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루소의 自然狀態는 홉스ㆍ로크와는 다른 토대 위에서 다른 원칙에 입각한 社會契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政府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성립되었는가 보다는, 이상적으로 어떻게 성립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4. 社 會 契 約
自然狀態의 인간은 社會契約을 통하여 사회 및 국가 등을 성립한다. 드디어 近代的 개념의 國家ㆍ社會 관념이 본격적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립되는 각각의 國家ㆍ社會 모습은 思想家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① 홉 스
戰爭의 自然狀態에서 人工的인 사회와 국가로 이행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홉스의 自然法 개념이다. 이 自然法은 본유적으로 타고나는 理性에 의해 터득된다. 홉스는 自然法을 다음과 같이 定義하였다. “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발견되는 계율 또는 일반법칙이다. 그것에 의해 인간은 자기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생명보전의 수단을 빼앗는 행위가 금지되며 또 생명의 유지에 보다 좋다고 생각되는 일을 회피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즉 自然法은 생명의 보전을 위해 인간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理性의 명령이다. 홉스는 自然法의 계율을 19개 항으로 세분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앞의 3 계율이다. 한마디로 제1의 自然法은 平和획득의 희망이 있는 한 平和획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2自然法은 平和달성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서 自然權의 상호 양도에 따른 信約의 체결에 관한 것이며, 제3의 自然法은 信約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홉스의 社會契約은 제2自然法의 계율에 따라 제3자에게 自然狀態 하에서의 모든 自由와 權利를 양도(transfer)하기로 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대부분의 모든 權利를 양도함으로써 복종해야 하며 저항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양도 역시 자신의 利益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생명 보전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3自然法의 실행을 위해 국가는 힘과 權力이 필요하다. 칼 없는 信約은 말에 불과하므로 한 사람도 안전하게 해 줄 힘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생명 보전이라는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政治制度는 絶對的인 國家權力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主權者가 완전하고 무제한 적인 權威를 향유하는 政治制度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는 國家權力이 강대할수록 그만큼 더 잘 臣民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홉스의 국가는 全體主義를 옹호하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홉스는 經濟的 영역에서 상당부분의 自由를 인정하였으며 自由보다는 自由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는 秩序ㆍ平和(홉스식 절대주의 국가의 목적)에 가중치를 두었던 것이다. 이것은 ‘自由主義의 조그만 시작(small beginning)’이라고 할 수 있을뿐더러 당시 혼란했던 英國의 秩序와 平和를 갈망했던 홉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홉스의 이러한 近代的 國家觀의 시작은 國家의 형성과 國民의 義務에 대한 正當性의 문제를 임의적인 共同體의 이념이나 道德的 規範으로부터 이끌어내지 않고 현실적인 인간의 本性에 관한 記述과 그 分析을 통해 해명하려고 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② 로 크
홉스에선 구분되지 않았던 國家ㆍ社會가 로크에 이르러 명확히 구분된다. 로크의 契約이론은 2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로크는 社會 共同體 형성과정으로써 契約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여기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政府 수립 과정을 信託(trust)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로크는 立法ㆍ行政權을 信託의 개념으로 파악하여 그가 정을 두었던 議會派의 대의를 지지하였다. 이러한 信託이론은 조건부의 委任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시 회수가 가능한 抵抗權의 근거가 된다. 즉 政治社會의 구성원들이 政治社會를 설립한 목적은 본질적으로 소유의 보전에 있기 때문에 로크는 政治社會의 대표가 人民의 소유를 침해하게 되면 人民은 대표에게 抵抗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政府에 대하여 民主主義的 통제를 正當化한 이론으로서 政治的 平等主義에로의 進一步한 개념이다. 결국 信託은 絶對君主政을 비판하고 지배 權力의 범위에 제한(limited government)하려는 로크의 문제인식과 일치 가능한 개념이다. 더욱이 이러한 權力의 제한 의도는 '牽制와 均衡(check and balance)'이라는 權力의 분할과 人民의 의지인 法律에 의해 제한되어지는 法治主義로 발전된다. 따라서 로크는 法治主義的 立法國家를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로크는 개인의 財産權 및 自然權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러한 人民主權的인 제도적 방법을 구상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自由主義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有産者 계급에게만 投票權을 부여한 점이라든지 여성의 政治參與를 배제한 점은 오늘날 개념의 진정한 民主主義者라고 할 수는 없다.
③ 루 소
앞에서 보았듯이 루소의 社會契約論의 목표는 自然狀態와 동일한 自由와 平等을 누릴 수 있는 市民社會 건설이다. 따라서 社會契約을 통하여 인간本性을 새롭게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自由의 실현과 道德的 存在가 가능한 共同體의 구성이 곧 루소의 社會契約論의 핵심적 과제인 것이다. 여기서 그는 共同體에 대한 모든 權利의 全面的 양도를 주장한다. 全面的 양도가 아니면 不平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共同體에 대하여 믿음이 없다면 全面的 양도는 不可能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믿음의 영역을 市民宗敎에 맡긴다. 하지만 共同體가 善하지 않다면 全面的 양도의 주장은 홉스식의 絶對主義 이론과 같게 될 위험이 있다. 이에 등장하는 개념이 곧 一般意志(General will)인 것이다. 憐憫의 情에서 발원되어 개개인의 自然權을 흡수한 一般意志는 自然法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이러한 一般意志는 公的인 善(public good)을 지향하는 마음을 가진 德스런 市民의 參與를 통한 多數決主義的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一般意志에 의해 지배되는 政治的 共同體(Pol. community)는 모든 權利의 근원이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항하여 個人的 權利를 주장할 수 없고, 또한 주장할 필요도 없게 된다. 따라서 一般意志에 복종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道德的이고 自由로운 存在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一般意志에 따르지 않고 個人의 特殊意志(particular will)에 따르게 되면 그러한 個人은 自由로운 存在가 되도록 强制(should be forced to be free)되어야 한다. 一般意志와 合一함으로써 市民은 共和主義的인 參與民主主義의 원리에 입각하여 스스로가 立法의 주체가 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가 제정된 法의 집행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루소의 유명한 自己立法(self- legislation) 즉 自由와 權威의 조화인 것이다. 루소는『사회계약론』에서 다음과 같이 社會契約을 요약하였다. “우리는 각자가 그 신체와 힘을 다 함께 일반의지의 최고 지도 하에 맡기고 난 후에 다시 우리 전체가 각자를 전체의 불가분의 부분으로서 받아들인다.” 루소는 共同體를 公的 存在(public person) 및 道德的 存在(moral being)로 보았으며 그 안에서 個人은 불가분으로 연결되어 立法의 주체(citizen)이자 法律의 집행 대상(subject)으로서 權利와 義務의 調和를 실현시켰던 것이다.
홉스ㆍ로크와 같이 루소 역시 自然狀態의 方法論을 사용하지만, 루소는 두 思想家의 사실상의 市民狀態인 自然狀態와는 달리 自然狀態를 市民社會의 목표로 제시함으로서 自然狀態와 市民社會를 완전히 단절시켰다. 이러한 급진적인 견해는 市民社會의 기초를 내부에서 찾음으로써 市民社會의 正當化 논리를 피력한 홉스ㆍ로크와는 달리 市民社會의 모든 기초가 전혀 다른 새로운 원칙에 의하여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市民社會의 모습은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合一이 실현된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Ⅲ. 結 論
이상에서 3대 社會契約論者인 홉스ㆍ로크ㆍ루소의 이론을 검토하여 보았다. 近代 政治思想의 성립과 발전에 있어 세 思想家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이들은 각자의 時代的 상황에 문제인식을 가졌고 그러한 문제인식의 해결을 위해 평생을 고민하고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홉스는 近代 政治思想을 체계화한 사람으로서 政治의 영역에 近代 自然科學의 方法論을 차용한 思想家였다. 이것은 마키아벨리(N. Michiavelli) 이후 近代性의 형성에 획기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에 따라 기존의 古代 政治思想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近代 政治思想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홉스식의 自然狀態는 國際政治學의 現實主義 개념으로 사용되어 많은 학문적 발전을 있게 하였다.
로크의 勞動價値說을 바탕으로 한 私有財産權 이론의 발전은 自由主義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또한 權力의 제한적 측면의 강조는 法治主義的 立法國家의 확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더욱이 그의 抵抗權 이론은 政治的 平等主義의 발전에 이바지 하여 英國 名譽革命(1689)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
루소의 平等主義的 思想은 막스(K. Marx)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의 人民主權論은 民主主義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 더욱이 共和主義的인 그의 사상은 現代 民主主義가 지향해야 될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루소는 위의 두 思想家와는 달리 共同體主義的인 측면을 강조하는 特異性을 보인다. 더욱이 資本主義의 해악까지 간파했던 루소의 先見之明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어찌되었든 이들이 共通的으로 당연시하고 있는 社會契約의 요점은 인간이 그들의 자기보전과 自由ㆍ平等ㆍ財産을 보호하기 위해 個人을 초월한 社會共同體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철저히 세속화된 合理主義 질서를 確立하는 것이었다. 近代的이고 水平的인 社會契約說은 신분질서를 거부하는 혁명적인 생각이었음을 감안한다면 近代社會의 시작과 발전의 토대에는 社會契約說이 존재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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