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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세상 벗님들아, 팔반가(八反歌)를 들어보소! |
| 글쓴이 |
최영록 |
작성일 |
2005년 03월 30일 11시 52분 12초 |
| E-mail |
yrock22@naver.com |
조회수 |
2955 |
3월28일자 D일보 “아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자. 건축업을 하다 2년전 쫄딱 망해 앵벌이를 하며 한뎃잠을 자는 60대 노인이 아들의 집을 찾아가 ”너밖에 없으니 살려달라“며 무릎까지 꿇었다 한다. 헌데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왔느냐“며 의지가지없는 아비의 멱살을 잡아 현관밖으로 끌고가 내동댕이쳤다는 것이다. 아무렴, 그럴 리가. 그러나 세상에 어느 아비가 사실이 아니라면 자기 아들을 이렇게 리얼하게 고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유가 뭐가 됐든 좋다. 차라리 눈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다. 공자님이 말했지 않았는가. 예(禮)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고. 심지어 기가 막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아들의 중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리러 갔는데 거절당하자 가게의 돈을 훔쳐 6개월간 감옥살이도 했다고. 이쯤되면 ”저런 호로자식이 있나. 천하에 불 상놈같으니“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친구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오냐 오냐’하며 키우고 있울 것이다. 자식이란 얼마나 예쁜 것인가. 훗날 그 업보가 저에게 미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 아이는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할아버지를 내팽개치는 아빠를 보면서. ‘아, 그래도 되는구나’ 하지 않을까. 보고 듣고 큰 게 바로 그것인데.
자녀들 앞에서 부모님 흉 절대로 보지 말지어다. 이놈도 그게 무슨 잘하는 일이라고 그대로 따라 한다. 세상은 이제 이 정도까지 왔는가. 새벽 서늘한 기운에 왈칵 온몸에 전율이 인다. 읽지 않은 것로 했으면 좋겠다.
연전에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펀드매니저인 아들이 의로운 일에 재산을 기증하려는 늙은 부모를 무표정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 어머니, 살인범 패륜의 아들을 위하여 죽어가면서도 흉기를 감추는 장면.
하물며 부모는 그러할 진대, 이 아들은 시방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부모 자식의 인연을 흔히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천륜이란 좋고 싫고의 관계가 아니다. 끊고 싶다고 해서 끊어지는 게 아니고 맺고 싶다고 해서 맺어지는 게 아니다. 원초적이고 태생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이제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오호라. 통재여.
혹시 이렇다면 또 모르겠다. 금수(禽獸)같은 부모. 수양딸이 아닌 친딸을 상습 성폭행하는 아버지, 자식들을 팽개치고 저 하나만 살겠다고 집나간 어머니, 성격파탄으로 인한 가정 파괴의 주범인 부모. 역(逆)으로 부모같지 같지 부모도 있다. 그만큼 세상 풍속(風俗)이 어지러운 까닭이다.
부모는 자녀에 자애롭고(慈愛) 자녀는 어버이를 친히 받들어야(孝親) 하거늘, 오륜(五倫)이 물구나무선 지는 진작에 오래 됐다. 예전에 임금이 물었다. “네 애비가 살인범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비가 답했다. ”예. 애비를 업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살며 세상에 나오지 않겠습니다“ 임금님 ”그게 진정 효(孝)니라“
2500여년전에 동방에 빛난 문화선진국 동이(東夷)라는 나라가 있어 동방예의지국으로 공자도 극구 칭송했거늘, 어찌하다 현대에 와서 이처럼 동방무례지국이 되었을꼬?
혀만 끌끌 찰 일도 아니다.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속담을 방증하는 게 명심보감의 팔반가이다. 되돌려 반성해 보아야 할 여덟가지 노래, 혹은 세상을 반대로 생각하여 잘못을 저지르는 일들을 노래로 읊은 것인데, 부모나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글이다. 여보, 벗님네들. 이 팔반가를 한번 들어보소.
1.어린 자식 어쩌다 나에게 대들면 내 마음에 기쁨이 느껴지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화를 내시면 내 마음 되레 언짢아지네. 한 쪽은 기쁘고 한 쪽은 언짢으니 자식과 부모님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 다를까.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모님이 화를 내시면 부모님을 자식으로 바꾸어 보게.
2.자식들이 천 마디나 말을 하여도 자네는 늘 듣기 좋아하지만 부모님이 어쩌다가 한 마디 하시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쏘아붙이네. 참견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 그러시는 걸 모르는가. 흰머리 되도록 아는 것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아무리 무식한 부모라도 자식에게 해줄 말과 교훈은 산과 바다를 훌쩍 넘는다네. 자네여. 어른 말씀 공경하여 받들게. 그 젖내 나는 입으로 어찌 길고 짦음을 다툰단 말인가.
3.새끼들 똥오줌은 하나도 더럽지 않으면서 늙은 부모 눈물이나 침은 어찌 그리 미워하고 싫어하는가. 자네 몸뚱아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한번 생각해보게.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에서 온 것 아닌가. 자네,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게. 젊으실 때 자네를 위해 살과 뼈가 다 닳았지 않았는가.
4.자네가 새벽시장에서 밀가루떡과 쌀떡을 사는 걸 보았네. 부모님께 드린다는 말은 들리지 않과 오직 자식들에게 준다는 말만 들었네. 부모님 드시기 전에 자식 먼저 배부르니 자식만 생각하지 부모님 생각 하나도 없네. 자네여, 떡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 공양하소.
5.시장길목 약국에서는 자식 살찌울 약은 있어도 부모님 튼튼하게 할 약은 없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이도 병들고 부모 역시 병이 들었을때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은 부모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다리를 베더라도 그것은 도로 부모의 살이니, 자네에게 권한다. 빨리 부모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하라.
6.부귀하면 부모님 모시기는 쉽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다네. 가난하면 자식을 기르기가 어렵지만 자식을 굶기거나 떨게 하지는 않을 걸세. 마음은 한 갈래인데, 두 갈래 길이 나있네. 자식을 위하는 마음, 부모님에 비할 손가. 자네여. 부모님 봉양하길 아이 기르듯 하여 가난해서 못한다고 핑계대지 말게.
7.부모님 봉양은 다만 두 분 뿐인데도 언제나 안모시겠다며 형제끼리 싸우지 않는가. 자식을 기를 때는 열 명이 되더라도 자네 홀로 그 자식들 모두 떠맡지 않던가. 자네 자식이 배부른지 따뜻한지는 늘 물어보지만, 부모님이 주리는지 추우신지는 마음에 없네. 자네여, 부모님 봉양함에 힘을 다하라. 자네를 기르시느라 옷과 밥을 빼앗겼잖은가.
8.부모님의 사랑은 한가득이건만 자네는 그 은혜 생각지 않네. 자식이 조금만 효도를 하여도 자네는 나아가 그 이름을 자랑하네. 부모님 대할 때는 어두우면서 자식을 대할 때는 밝으니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마음을 누가 알 것인가.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질없이 아이들의 효도를 믿지 마시게. 그대는 결국 아이들의 어버이도 되고 또한 부모의 자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지니.
[한문 원문]
幼兒或罵我하면 我心覺歡喜하고 父母嗔怒我하면 我心反不甘하니
一喜歡하고 一不甘하니 待兒待父心何懸고
勸君今日逢親怒어든 也應將親作兒看라
兒曹는 出千言하되 君聽常不厭하고 父母는 一開口하면 便道多閑管이라
非閑管親掛牽이라 皓首白頭에 多諳諫이라
勸君敬奉老人言하고 莫敎乳口爭長短하라
乳兒尿糞穢는 君心에 無厭忌로되 老親涕唾零에 反有憎嫌意니라
六尺軀來何處요 父精母血成汝體라 勸君敬待老來人하라 壯時爲爾簕骨蔽니라
看君晨入市하여 買餠又買餻하니 少聞供父母하고 多說供兒曹라
親來啖兒先飽하니 子心이 不比親心好라
勸君多出買餠錢하여 供養白頭光陰少하라
市間賣樂肆에 惟有肥兒丸하고 來有壯親者하니 何故兩般看고
兒亦病親亦病에 醫兒不比醫親症이라
割股라도 還是親的肉이니 勸君亟保雙親命하라
富貴엔 養親易로되 親常有來安하고 貧賤엔 養兒難하되
兒不受饑寒이라 一條心兩路條爲路에 爲兒終不如爲父라
勸君養親을 如養兒하고 凡事를 莫推家不富하라
養親엔 只有二人이로되 常與兄弟爭하고 養兒엔 誰十人이나
君皆獨自任이라 兒飽煖親常問하되 父母饑寒不在心이라
勸君養親을 須竭力하라 當初衣食이 被君侵이니라
親有十分慈하되 君不念其恩하고 兒有一分孝하되 君就揚其名이라
待親暗待兒明하니 誰識高堂養子心하고 勸君漫信兒曹孝하라
兒親子在君身이니라
어떠한가? 구구절절 맞는 말 아닌가? 내 자식들에게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도(조기유학, 기러기아빠...) 조금도 아깝지 않으면서 고향에서 홀로 늙어가시는 부모님은 하루에 10분도 생각지 않은 날이 많지 않은가. 맛난 것, 좋은 옷, 옛날로 치면 임금님처럼 살면서 아이들은 왕자님처럼 키우면서 부모님은 '상왕'(上王)대접 한번 제대로 해드렸던가. '유폐된 상왕' '상왕이여, 빨리 사라져다오'가 아니었을까. X잡고 반성할진저. 그리고나서 또 반성할진저.
김준태시인이 절창을 뱉어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야
니가 잘나 백도라지냐
내가 잘나 백도라지냐
내 새끼는 어째서 그런지
똥구멍을 빨아도 냄새가 안나더라
자식새끼 가져본 사람들은 모두 그러겠지만
나는 틈만 생기면 내 새끼의 엉뎅이와
똥구멍을 빨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야
이제 남의 새끼 똥구멍을 빨아도
냄새가 안날 것 같으니
좌우지간 나도 눈이 제대로 트이는가보다
좌우지간 나도 콧구멍이 제대로
벌룽벌룽 열리는가 보다
오 하느님!
아무렴. 그럴 일이다. 지 새끼 똥만 똥이냐. 남의 새끼 똥도 똥이다. 가끔씩 위를 쳐다보라.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 아부지 어무이한테서 왔다. 씨가 하나다. 전라도 사투리로 할아버지를 '하나씨'라고 부른다. 하나씨란 '하나의 씨'라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아버지와 나, 나와 내 새끼는 하나의 씨이다. 알겠는가. 이 간단한 진리를.
과학만 허벌나게 발전하면 뭐 허냐. 참으로 몹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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