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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존재의 구속성에서 벗어나기...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17분 28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696 |
※존재의 구속성에서 벗어나기...
토마스쿤의 패러다임, 막스의 허위의식, 강유위의 대동 등은 사회를 바라보는 일정한 인식의 틀을 의미한다. 사람은 그 인식의 틀 속에서 모든 사회 및 문화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함으로써 각기 나름의 의미를 찾아낸다. 물론 이 같은 인식의 틀과 더불어 개념의 규정 역시 사람의 인식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 근대적 합리성 개념의 붕괴와 더불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근본주의와 동서비교의 개념이라는 다양한 포스트모던의 한 가지 흐름 역시 위에서 언급한 것의 예외일 수는 없다.
전통에 관한 관심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발전한 것이 근본주의이다. 과거 전통의 가치관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근본주의이다. 이러한 근본주의의 시각은 내용 자체의 순수성 보다는 함의된 의도가 불순한 것이 많다. 더욱이 복잡 다양화된 현대사회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안일한 태도는 근본주의의 근본적(?) 한계가 될 수 있다. 재해석의 노력과 근본의 정립에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적 실천사항의 부재는 근본주의의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줄뿐더러 지배구조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수단으로 작용될 수 있다.
동서비교의 개념 역시 그렇다. ‘동서’라는 수단으로 사용한 언어개념에 우리의 생각이 고립ㆍ정착되어 유연한 판단을 제한한다. 언어가 도리어 주체가 되어 인간의 관념을 제한하고 통제하고 있다. 우상, 선입견, 편견 등의 판단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저해한다. ‘동은 무엇이고 서는 무엇이다’란 담론의 대부분이 이러한 오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내 자신도 역시 이러한 늪에 깊숙이 빠져 있다가, 고전자유주의자들이 역설했던 ‘사회성 명제’를 확인했었던 경험의 충격은 새삼 신선한 기억으로 회자된다.
정치란 인간의 바람직한 삶을 목표로 한다. ‘구성원의 바람직한 삶을 위해 어떻게 정당성을 획득하고 어떻게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다원화된 사회에서 공존의 규칙을 어떻게 만들까’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존재이유에 관한 고찰은 곧 인본의 원리로 귀결된다. 결국 근본주의건 언어의 구속성이건 한 가지의 구속성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는 어떠한 생각ㆍ사상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융통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서양인의 생각이든, 고대인의 생각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은 받아들이되 유일의 보편적인 어떠한 구속성에서는 완벽하게 탈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적인 생각이 배제하는 근대적 합리성 역시 그것이 최대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같은 실용주의적 인식은 사고ㆍ가치관의 혼란함과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지만, 앞서 밝혔듯이 ‘인간을 위한 정치’라는 목적 하에 짜임새 있는 방향성을 지닌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융통성은 곧 관용적 태도와 직결된다. 관용이 전제되지 않는 다원주의는 상호수용의 공존은커녕 무질서와 혼란만이 존재할 뿐이다. 존재의 구속성에서 벗어난 관용적 마인드의 함양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부터 문화와 문화, 민족과 민족 등의 큰 범위에 까지 적용할 수 있는 덕목이다. 실천이성의 신중성ㆍ실용성에 기인한 잠정적인 규범의 기초에는 관용이란 덕목의 인정을 그 전제로 한다. 관용적 태도가 없는 규범의 기초는 그 규범 자체가 내부적으로 붕괴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적인 세계의 변화를 반영한 가변적인 특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구성원의 다원화 상황 및 잠정적인 규범 자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내부적 변화요인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관용적 덕목이 전제되지 않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정치적 합리성의 재구성뿐만 아니라 그 적용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존재의 구속성에서 벗어난 관용의 자세를 적극 배양해야 한다. 모든 협약ㆍ합의ㆍ규범적 상황의 이면에는 관용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용적 자세를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방법론적인 것들까지도 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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