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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권리중심적 자유주의의 폐해와 새로운 권리인식의 필요성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18분 12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692 |
*권리중심적 자유주의의 폐해와 새로운 권리인식의 필요성
모든 도덕과 법의 근거를 유용성으로 인식하는 공리주의는 인간사를 지배하는 두개의 주권자로서 고통과 쾌락을 지목한다. ‘이 두 요소의 합산을 통하여 +이면 선이다’라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개념은 서구 공공정책을 100년간 지배하는 논리가 된다. 이러한 공리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는 상반되는 결과주의적 윤리관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공리주의적 자유주의는 행정권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이론의 중요한 이론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다수의 개념 및 결과론은 각각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마찬가지로 공리주의적 자유주의 역시 소수의 권리를 쉽게 유린하는 다수결의 폐해를 낳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의 자유주의는 칸트의 도덕철학으로 돌아가 권리중심적 이론을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드워킨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인간 개개인을 목적으로 대하고 자율적 이성의 의미에서 잠정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칸트의 인간관과 그에 따른 권리 개념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수결이란 제도의 횡포로 인하여 많은 희생과 피해를 받았던 소수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민주의 미명하에 행해진 폭력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권리중심적 이론은 이러한 소수의 권익 보호에는 큰 기여를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다원주의의 도래에 따른 기본권의 충돌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예상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권의 충돌에 임하여 시비를 규정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의 부재는 곧 국가의 중립성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 설사 국가가 중립적이지 않고 규제를 하면 slippery slope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고결성을 갖추지 않은 개인 및 단체들의 권리주장은 난잡한 이전투구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을 보호해 줘야 할 영역인가의 의문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관용의 부재와 의무ㆍ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는 권리주장 역시 공적 합의의 도출을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메랑 효과까지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제도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덕성과 윤리의식이 고양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해결을 이러한 덕성과 윤리의 차원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제도적 측면과 관계하여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상이 바로 사법국가화 현상이다. 이제는 툭하면 헌법재판소로 간다. 국회에서 결정되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하여 헌재 판결에 전부 승복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특수한 경우이지만 어찌 되었든 다수의 의지가 반영된 법을 위헌이라 함으로써 입법의 기능까지도 갖게 된 사법권의 역할은 분명 비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수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민주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헌법 재판위원의 객관적 정당성의 근거도 희박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러한 사법국가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문제를 뛰어넘어 ‘민주적’과 ‘비민주적’이라는 객관적 검증의 문제로 까지 발전할 수 있다. ‘무엇이 민주적인가’에 관한 문제는 민주주의의 정체성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내용이다.
물론 앞서 제기하였던 문제들은 권리를 지나치게 협소하고 일방적 의미로 단정 지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들이기도 하다. 권리와 공공선의 관계가 배타적인 역할로 규정된다면 위의 분석은 타당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권리가 공공선을 촉진시킬 수 있는 혹은 상호보완의 역할로 규정된다면 위의 내용은 지극히 한정적인 문제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권리중심의 자유주의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의 배타적인 개념 규정이 아닌 상호관계적인 개념 규정은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정치공동체 생활을 위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될 수 있다. 공동선ㆍ공동체와 개인의 자유ㆍ권리는 대립적 관계가 아닌 화해 가능한 상보적 관계이다.(두 관계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 것은, 개인의 권리 혹은 공공선의 주장 논리가 각각 신성화된 시대적 폐해를 완화시키려는 노력 과정에서 생긴 편견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개개인의 시민성(忠) 및 관용(恕)의 미덕을 함양할 수 있다면, 배타적이고 투쟁적인 정치관을 지양하고 작금의 다원주의 사회를 보다 슬기롭게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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