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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한국 지방선거제도에 있어서의 정당공천 문제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24분 24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689 |
Ⅰ. 서 론
한국의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보통ㆍ비밀ㆍ직접ㆍ평등 선거를 통하여 선출하는 정치 행사이다. 지방선거를 통하여 구성되는 지방자치는 보다 적극적인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권력의 지역적인 분산 및 다원화된 현대시민사회의 이해를 다양한 통로와 차원을 통해 정책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발전된 민주주의에 있다. 한국의 선거3.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의 사회이익 대표성. 곽진영. P.153. 푸른길. 1999.
따라서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실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지방선거는 1952년, 1956년, 1960년 각각 3차례 실시되었으나 1961년 5.16으로 지방의회가 해산됨으로서 지방자치는 중단되었다. 30년 만에 부활된 제4대 지방선거는 1991년 3월과 6월에 각각 시군자치구의회 의원 및 시도의회 의원선거만 실시되었으며 1995년 6월 30일 이내에 각급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한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등 지방의 자주권과 자율권을 크게 신장시키는 등 주민 자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다양한 법률 및 제도적 정비를 하였다. 1995년에 실시된 제1회 민선 4대 지방선거는 6월 27일 15개 광역자치단체 및 230개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와 광역 및 기초의회 위원을 최초로 주민직선제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였다. 제2회 및 제3회 전국 동시 4대 지방선거는 1998년 6월 4일과 2002년 6월 13일 16개의광역 및 232개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와 광역 및 기초지방의회 의원을 주민직선제로 전국 동시에 실시하였다. 2002년 하계학술발표 논문. 한국지방선거제도의 현재와 미래. 문재우. P.34
그러나 이러한 힘겨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관한 무관심, 지방선거 과정에 있어서의 부정부패 뇌물수수, 중앙정치에의 예속, 소수자의 권익 등의 문제들이 그것이다. 보다 나은 지방자치를 통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출발이 되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크다. 이러한 인식에 있어서 지방선거의 여러 문제를 정당공천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논의가 한창이다. 허성관행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기초단체장의 정단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연합뉴스. 2004. 7.9)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서울=연합뉴스. 2004. 9.2)
더욱이 이러한 논의에 관하여 여야의 입장차가 다르게 나타나 정치권 내에서도 큰 문제로 다가올 전망이다. 국회행정자치연구회가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현역의원 20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에 반대하는 의원은 52.3%였다. 현황대로 정당공천제를 하자는 의원은 44.6%였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의원들의 69.3%가 정당공천제에 반대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73.9%는 현행유지를 희망했다. (중앙일보 2004.10.26.10면)
따라서 본문에서는 지방선거에 있어서의 정당공천 문제에 관하여 살펴봄으로써, 정당공천의 폐지문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지방선거제의 개선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Ⅱ. 본 론
1. 정당공천에 관한 비판적 시각
정당공천 배제론의 중심적 논리는 ‘지방자치의 탈정치화’이다. 즉 ‘지방자치’ 또는 ‘지방자치행정’은 지역 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개발 등 지역적 기능에 초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비정치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공천제에 따라 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이 정당별로 다르게 행동하게 될 경우, 단체장과 의회가 극한 대립 정당정치에 따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갈등에 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한국의 정치과정. 정영국. 백산서당. 2003. p.259~ 262'에 잘 나타나 있다.
또는 독점적 지배행태를 나타냄에 따라 지방자치의 ‘정치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지역정당체제와 그에 따른 지역주의적 선거행태가 지방선거에 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제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은 배제해야 마땅하다는 견해이다. 정치․정보 연구 제4권 2호 (2001). 한국지방선거제도의 개혁의 방향과 과제. 안순철. p.99
이러한 생각은 지방자치를 행정적 요소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입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공천을 통하여 지방이 중앙에 예속된다는 주장이다. 지방자치는 지방분권 1991년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정부가 공언한 것이 중앙정부 업무의 지방이양을 통한 행정분권화였다.
과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정당공천에 따라 지방선거가 이루어지게 되면 중앙정당의 정책에 우선순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이 주민의사와 괴리되고 주민 참여를 방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자치행정 146호 (2000). 지방자치와 정당. 김동훈. p.20
더욱이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한국의 지방자치에서 그나마 주민참여의 의미를 가지는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에 의해 장악된다면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방자치 역시 중앙정치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되며, 중앙의 하급정치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지방자치의 가치에 관한 이해부족으로 연결된다. 지방자치에 관하여 대재 이상이 63.5%, 고졸이 64.7%, 중졸이하 60.1%가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특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2002.6.3.12면)
지방자치의 가치에 관한 이해부족은 지방선거에 관한 무관심과 투표율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6.13 지방선거는 건국 이래 국가가 수행하는 선거 중에서 가장 최저인 48.0%의 투표율을 나타내고 있어 1995년도 지방선거의 68.4%, 1998년도의 52.7% 보다 20.4%와 4.8%가 저조한 편이였다. 2002년 하계학술발표 논문. 한국지방선거제도의 현재와 미래. 문재우. P.30
무관심과 투표율의 감소는 참여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써 상향식 민주주의의 자치 의미를 구현하지 못하게 된다. 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주민복지, 공공서비스, 지역개발 등의 지역 현안과는 무관한 중앙의 정치적 이슈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됨으로써 지방자치가 하향식 자치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지역주의에 관하여 ‘지역주의 선거와 합리적 유권자. 조기숙. 나남. 2000.’을 참고.
의 연속이라는 비판이다. 중앙정치의 지역주의에 따른 지방정치의 실종은 지방자치제가 오히려 지방권력 구조의 민주적 재편을 가로막고 지역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강화해 주는 기제로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과정. 정영국. 백산서당. 2003. p.244
이러한 지역주의의 지배 하에서는 지방선거 과정 보다는 정당 내 후보자 결정 과정이 보다 더 중요해 진다. 게다가 지방의 실제적 현안과 관계없는 중앙당의 지역주의 구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중앙정치의 지역 내 기득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지방선거가 하게 되며 지역주민 참여는 물론 주민자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속 빈 강정식의 지방자치로 변하게 된다. 한국 정치 사회에 있어서 지역주의는 끊임없는 문제의 담론이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온상이 되는 정당의 공천을 배제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지역주의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지방공무원의 비리와 부정부패 문제이다. 공천과정에서 소위 ‘공천장사’로 상징되는 부정부패의 소지가 많고, 정당이 참여함에 따라 선거가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이다. 더욱이 공무원 줄서기와 줄세우기 식의 ‘편가르기’는 공무원의 인사문제는 물론이고 지역 기업가 혹은 지방 실력자와의 유착관계로 연결되어 지방의 각종 비리와 부정의 근원지가 된다. 2002년 하계학술발표 논문. 한국지방선거제도의 현재와 미래. 문재우. p.30
또한 한국의 정당정치에 관하여 국민적 회의가 크고 시민단체들이 낙천ㆍ낙선 운동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굳이 정당공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제기되었다. 지방행정 50권569호 (2001). 지방의회의원 선거제도 선택의 논리. 진영재. p.43
앞에서 제시한 공천배제론의 입장을 살펴보면 한국정치의 현실적 문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문제점의 원인으로서 한국의 정당정치를 제시하며, 지방자치와 분리하자는 주장으로 논의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앙의 정당과 연계됨으로써 중앙 정당이 가진 폐해가 지방에도 고스란히 연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방분권과 주민참여라는 지방자치제의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정당공천에 대신하는 제도로써 주민참여 경선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2. 외국의 지방선거제도에 있어서의 정당 참여
여기에서 잠시 외국의 지방선거에 있어서의 정당공천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외국의 사례가 모범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그러나 제도의 개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역사적 제도적인 특수한 상이성을 인정하고 다가가는 자세가 전제로 내재되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1) 프 랑 스 프랑스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 최진혁. p.179~180
프랑스 지방선거는 후보자의 정치적 선택을 두고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간주된다. 즉 정당이 지방정치에 역동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정당이 시읍면 선거에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 있어 후보자 명부에 순위를 결정하는데 독점적으로 관여한다. 시장을 포함하여 지방의회의원을 선출함에 있어 정당은 다음의 두 가지 모집형태를 수렴하는 프랑스 정치문화(겸임제도에 의한 중앙과 지방의 통합) 내에 그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지방은 중앙직에 나가기 위한 도약대로 사용하며, 둘째 중앙의 지명도는 시장으로 보임되기 전에 획득되어지는 것으로 그러한 중앙의 명성은 지방정치 선택을 위해 성공의 조건으로 사용한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정당의 연약성에도 불구하고 이의 역할은 지방의원의 형성에 절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 지명 시 정당의 특색을 설명할 수 있다. 공산당은 중앙과 지방의 계서적 기구의 영향으로 정당의 절대적 역할을 수향하며, 사회당도 그들의 우수한 정치조직력에 힘입어 지방선거에서 절대적 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중도와 우파 정당은 정당의 지워진 역할 내지 가끔 정당의 이름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좌파의 그것에 비해 그리 조직적이지 않은 전략을 구사한다. 즉 정당은 우파의 경우와는 달리 좌파나 공산당의 경우 시장의 선택이나 승진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당의 선택은 대개 상황, 기회, 지방적 전통의 업무에 의해 혹은 단순히 선거임명에 의해 행사된다. 게다가 정당에 의한 예비선택제도와 신참 정당인의 보호제도가 프랑스 정치 환경에 알려진 요소이다.
2) 독 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보고서(1997). 외국의 지방선거제도 분석. 김성호. p.189
독일의 지방선거에 있어서는 규모가 큰 게마인데의 경우, 정당이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중소규모의 게마인데는 탈정치적 성향의 유권자 단체가 지역문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따라서 외형상으로는 지방선거를 정당이 주도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비정당적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당 역시 당원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을 의원후보명부에 올리며, 후보자도 당과의 관계에서보다 지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게마인데의 규모가 작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 일 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보고서(1997). 외국의 지방선거제도 분석. 김성호. p.190~191
도시의 지방선거는 공명당과 공산당이 강세이고 선거운동은 당 및 창가학회 등이 주도하는 등 농촌지역 무소속 선거와는 유형이 다르다. 이와 같이 당원이나 학회원 등 조직을 이용한 선거 외에는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1970년대 전에는 보수 대 사공간의 대립구도에 의한 정당적 투표의 요소가 나타났지만 1980년대 이후 정당에 대한 투표는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 되고 있다. 특히 1995년의 지방선거에서 무당파라고 하는 새로운 유권자 층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정당 간 대립에 기초한 정당투표는 부차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시정촌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및 당선자 대부분은 무소속이다. 정령지정시나 현청소재지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소속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농촌지역에서 그러하다. 영국의 무소속은 어떤 정당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의미에서의 무소속이지만 일본의 시나 정촌의 무소속은 공산당을 제외한 어떤 정당의 지지자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무소속이다. 시나 정촌의 자치단체장 선거는 대부분 무소속 간의 경쟁이고, 정당 간의 경쟁은 대도시의 단체장 선거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경우 정당공천 후보자간 경쟁이 있으나 영국의 정당 선거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선거구에서 동일정당의 복수후보자의 존재이다. 이론상 유권자는 먼저 정당을 선택하고 다음에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정촌 선거에서는 먼저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이 거부정당의 후보자가 아니면 투표하고 있다. 둘째 도시의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각 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경우가 적고 후보자 역시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시정촌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입후보하고 있다. 그들은 항상 지역의 대표를 표방하여 출마한다는 점에서 모든 선거구에서 보수, 노동 등 정당이 후보자를 입후보시키는 영국의 정당선거와 구별된다.
소규모의 시나 정촌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은 무소속이어서 선거가 있는 경우 무소속간 경쟁이 되고 무투표당선도 많다. 지방선거에서는 정치적 쟁점을 명백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역이나 인간관계의 대립적 경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4) 영 국
영국은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참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지방선거에서 정당참여의 계기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라는 이념으로 무장할 필요성이 강하게 표출되면서부터였다. 지방자치연구 4권1호 (1992). 지방선거제도의 비교연구. 최창호 외. p.34
그러나 정당참여의 여러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무소속의원 배제 등 의회구성의 왜곡, 중앙정치의 영향 심화, 공천상의 불합리 등으로 지방자치의 본질과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지방의회의 정당지배는 의정활동에 있어서 국회만큼의 첨예한 대립양상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지역 내에서 불필요한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영국에서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도 지방의회의 정당정치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도 무고하지는 않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지방의회의 정당화를 완전히 배제하기 보다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이다. 정당의 지구당에서 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은 지구당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거나 지구당 임원들이 합의하에 결정하여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보고서(1997). 외국의 지방선거제도 분석. 김성호. p.191
5) 미 국 2002년 하계학술발표 논문. 한국지방선거제도의 현재와 미래. 문재우. p.49
미국의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참여 정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주 단위 선거는 정당의 주도로 실시되며 지방선거에 정당참여가 허용된 주가 30%, 금지된 주가 70%가 되고 있다. 뉴욕주처럼 정당참여가 활발한 주에서는 지방선거에 정당참여 정도가 매우 강하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와 같이 정당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지방의원 선거와 의정활동에는 정당의 관여가 매우 미약한 편이다. 지방의원 후보공천은 당원에 의하여 예비 선거를 통하여 공천되고 지방의원 선거에 필요한 조직이나 자금제공에 정당의 지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비정당 표방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정당표방 금지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정당 명을 밝히거나 정당으로부터 일체의 원조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단지 개인의 능력과 인품만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철저한 인물 본위의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각국의 정당참여를 살펴보면 정당 참여 허용 국가, 지방자치 단체의 자율에 맡기는 국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제외한 여러 나라가 정당참여를 배제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국가의 노력이 한국의 지방선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중앙당의 폐해를 최소화 하기위한, 프랑스를 제외한 각 국의 노력은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독 일
프 랑 스
일 본
미 국
영 국
정 당 참 여
인 정
인 정
인정(별도명문규정없음)
자치단체선택가능
(약2/3가 배제)
인 정
3. 정당공천의 필요성
지방선거의 대의민주주의적 측면은 무시 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그러나 정당정치 역시 중요한 대의민주주의적 요소이다. 정당은 정부구성, 여론의 집약과 조직화, 정치신인의 충원, 정치 훈련, 정책 형성 등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에 기초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주의의 2대 원리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평등과 다수의 지배는 정당정치를 통하여 더욱 효율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정당이 왜곡되었다 하여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리인 정당정치까지 외면하려는 태도이다. 한국의 정당은 분명 왜곡된 정당의 형태를 띠고 있다. 민주주의의 나라에서 ‘가신’이란 말이 존재하는 것만 보아도 짐작이 갈만하다. 게다가 정당의 하부구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여도 미약한 힘을 가진 상부위주의 정당체제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 정당의 하부구조를 담당하는 지방선거가 본래의 취지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왜곡된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즉 지방선거의 정당공천 배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확대 해석한다면 왜곡된 한국의 정당체제를 인정한다는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정당공천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선거제도의 문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정치를 외면하고 지방선거의 제도만 바꾸자는 논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주장일 뿐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을 의미하며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주민의 대의기구인 의회, 집행권을 가지는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이들 대표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된 권한과 책임을 가지도록 한 제도이다. 정치․정보 연구 제4권 2호 (2001). 한국지방선거제도의 개혁의 방향과 과제. 안순철. p.101
따라서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행정가가 아니라 지역의 정치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탈정치’ 및 ‘비정치’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방과 중앙의 정치 연계는 당연한 귀결이며 지방 의원과 단체장이 협조하고 경쟁하는 것 역시 당연한 정치적 활동의 일부분인 것이다.
다원화 시대의 지방자치 시대에서 정당만큼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없다. 공익적 시민단체, 사적 개인이나 조직이 부분적으로 정책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정당만큼 주민의 뜻을 수렴ㆍ집약ㆍ조직화해서 지역 정책에 반영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당은 이념적 정책적 입장을 표방하고 유권자로 하여금 정당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정보비용을 적게 들이고 후보자의 이념적 정책적 성향과 자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당공천이 배제될 경우 입후보자가 난립할 가능성이 크며, 유권자들은 후보 개개인에 관한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위의 책. p.101
제한된 정보 및 후보자의 난립은 정치적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항이다. 게다가 후보자 및 당선자에 관한 낮은 인지도는 지방선거의 존재의미를 위협하는 문제점임을 감안한다면 정당공천을 배제할 때 나타나는 낮은 인지도는 전보다 그 심각함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는 정당의 하부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요소이다. 하부구조가 약한 정당적 환경을 가진 한국과 같은 나라일수록 지방선거는 지역정당과 주민들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정당정치의 활성화 및 민주적 정당체제의 정착에 한 발짝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나마 있던 이러한 기회를 끊게 된다면 정당의 하부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통로는 닫히게 되고, 더욱 상부 위주의 왜곡된 정당 구조가 공고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지역 주민들은 사적 구심력에 의지해 권익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공당의 몫을 사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게 된다. 지방자치 79호 (1995). 불씨 남기게 된 기초자치단체 선거 정당공천문제. 임재현. p.21
기초의원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정책적 노력보다는 사적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브로커식 정치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게 된다. 더욱이 견제와 비판이라는 정당의 기능도 부재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폐해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앞으로 정당 개혁의 방향이 이러한 하부구조적 측면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정당공천은 한국의 정당 개혁을 위한 중요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당원 중심의 튼튼한 하부 기반을 가진 정당이라면 중앙 정치인들의 전횡과 독단적 공천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정당의 개혁을 외면한 정당공천 배제라는 지엽적인 제도 개혁은 한국의 정치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정당공천의 배제는 정당이 하부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와 통로를 없애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고 지방정치가 건전하게 뿌리내리는데도 보탬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정당에 대한 상향적 개혁의 돌파구는 정당공천이라는 지방선거를 통하여 가능한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소통되지 않고서는 모두의 개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정당공천제의 시행 여부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정당의 공천 문제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지역주의적 선거행태로 인한 우려의 시각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한국의 고질적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지역주의가 단순히 정당공천을 배제한다고 하여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너무 안이한 시각인 것 같다. 더욱이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 하에서도 정당의 내부공천이 공공연히 표방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당공천 배제의 타당성은 물론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한다. 정치․정보 연구 제4권 2호 (2001). 한국지방선거제도의 개혁의 방향과 과제. 안순철. p.102
지역주의의 문제는 정당공천의 배제보다는 지방선거제도의 개혁이나 지방의회 운영제도의 개선을 통해 완화시켜야 될 문제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단순하게 정당공천을 배제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위와 같은 제도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실상 유권자의 의식ㆍ사상적 측면에서의 접근도 필요한 문제이다.
중앙정부와의 연계문제이다. 행정기능의 광역화는 지역적 문제와 국가적 문제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의 사업은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와의 연계를 필요로 한다. 지방자치 79호 (1995). 불씨 남기게 된 기초자치단체 선거 정당공천문제. 임재현. p.20
게다가 재정적 자립이 여의치 않은 현실에서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당공천 배제라는 목표의 한 가지 이유로서 제시되는 지방의 독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있어 경제, 행정과 분리되는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연계를 인정하고 보다 상생의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 필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종속적인 중앙ㆍ지방의 관계는 지양해야 될 관계임에는 틀임 없다.-지방은 중앙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중앙은 지방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다면 종속의 관계는 공생의 관계로 변화ㆍ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정당공천에 있어 유권자의 절차적 정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후보공천에서 나타나는 줄서기 혹은 줄 세우기의 문제, 1인 중심의 정당체제에서 행해지는 하향식 공천의 문제와 그에 따른 비리ㆍ부정부패 문제를 굳이 정당공천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등장할 수 있는 논의는 선거제도와 정당공천의 과정에 있어서의 개혁이다. 정당의 공천 후보자 결정권을 주민에게 부여하는 예비선거제도의 도입 혹은 준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예비선거제의 도입은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차용할 수 있는 방법이며, 준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공천과 동시에 선거를 하는 방법이다. 각각의 방법들은 나름의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어 본문에서는 자세한 논의를 생략하겠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연한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당공천 배제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임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당공천은 대의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며 참여 민주주의적 정당정치의 성격이 강한 제도이다. 그러므로 정당공천 배제는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현실성 없는 대안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보다 유연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정당공천을 통하여 민주주의의 원리를 보다 확고히 함으로써, 왜곡된 정당정치의 개혁을 상향식으로 이룰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당공천을 배제함으로써 중앙정치왜곡의 피해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는 임기응변식의 대안일 뿐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는 현실성 없는 문제의식이다. 정당공천의 배제 여부 보다는 제도 개혁의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되는 것이다.
Ⅲ. 결 론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의제이고 대의제는 정당정치이다. 정당정치는 그 기반을 주민에게 두고 있기 때문에 주민 의사의 조정과 통합 및 주민의 참여에 그 존재의의가 있다. 따라서 정당정치는 지방정치 및 중앙정치와 행정의 책임을 지고 지역발전 및 국가발전을 유도하여 주민과 국민의 ‘삶의 질’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중앙정치의 왜곡으로 인하여 고스란히 지방에 까지 그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지방정치를 단순히 자신들의 선거득표만으로 존재의미를 파악하는 잘못된 정치인의 시각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요사이 논쟁이 되고 있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배제는 이러한 폐해의 연속성을 막아보자는 데에 그 목표가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러한 정당공천의 배제를 법률화하여 2006년 제4대 지방선거에서부터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여권을 중심으로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더욱이 행정자치부 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의 학문인 정치의 문제를 단절의 방법으로 치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앙과 지방은 밀접한 상호관계 속에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유기체적 인식을 통하여 상호 간의 개혁은 앞으로의 한국 정치가 이뤄야할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쪽과 단절하고 자신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이론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다른 폐해를 양산할 따름이다. 문제는 정당공천의 논의가 중앙정치의 타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지방정치만이라도 살리자는 논리에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치가 타락한 상태에서는 지방정치도 역시 타락의 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당공천이라는 제도적 방법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지방과 중앙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더욱이 지방정치를 통하여 중앙정치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을 외면하자는 논의로는 지방정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기존의 것보다 더욱 혼란한 지방정치만이 새롭게 등장할 따름이다. 지방과 중앙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서로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의 아픔을 지방이 외면하는 것이 아닌 서로 노력하여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정당의 하부적 구조가 부실한 시스템 하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정당공천의 배제라는 극단적 방법 외에도 지방정치의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존재한다. 어찌되었든 한국의 정당정치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국가적 과제이다.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착수하려는 노력이 지방정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당공천의 논의는 지방정치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 나아가 한국의 정당정치의 개혁 논의로 까지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지방과 중앙의 공조는 기본적 전제로서 출발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정치적 성격 자체가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근거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정당공천제의 도입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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