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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假化 <삼국유사>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45분 23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690 |
☞가화?
가화를 이용하여 우리민족의 ‘恨’이란 정서를 해석하는 입장이 있다. 하늘같은 고귀한 민족이 현실의 시련에 부딪혀 한이란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대로 삶을 마치는가?’하는 궁극적 질문에서부터 한은 발생한다. 돼지는 돼지의 삶을 만족하든 만족하지 않든 내가 왜 돼지의 삶을 사는가하고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반면 돼지가 된 사람은 어떠할까? 다음의 사실을 가정해 보자.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못된 마법에 걸려 돼지가 된 사람이 있다. 기존의 인간의 삶을 못 잊는 그가 돼지의 삶을 자연스레 영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을 못 잊는 그가 현실의 돼지의 삶에 만족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현실의 삶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돼지의 삶이 인간의 삶에는 미치지 못한다하더라도 인간의 삶에 다가갈 수 있도록 자기 나름의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의 모습을 외면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인간이 될 수 있는 희망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돼지가 된 사람은 현실을 외면, 도피의 행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가화이론을 근거로 하여 한을 해석하는 입장은 인내천과 홍익인간의 이론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하늘같은 고귀한 민족에게 인간과 하늘은 동일한 존재이다. 더욱이 하늘과 같은 고귀한 인간은 다른 인간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하늘의 소명이자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늘같은 고귀한 민족은 인간세의 제악을 싫어한다. 평화를 좋아하는 민족이란 수식이 바로 여기서 도출되는 것이다. 약소민족의 미화라는 차원에서 평화주의를 주창했다는 주장과는 그 질을 달리한다. 중국인들이 우리민족을 가르켜 이족이라 했던 것 역시 평화주의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자는 원래 오랑캐란 의미가 아니었다. 人, 仁자와 동자였었다.(「설문해자」) 두 사람이란 뜻인데 여기에 당시 문자를 만든 사람이 특이하게 생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흔히 별명을 지을 때 그 사람의 특징적인 면을 이용한다. 당시 중국인들이 봤을 때 한국인들은 둘이 같이 다니길 좋아했나보다. 심지어는 밥을 먹을 때에도 같이 먹기를 좋아했던 기록이「동이열전」에 나와 있다.(食者推飯) 더욱이 중국 고대의 다원주의 문화사관이 대두되면서 중국 및 이웃 국가의 고대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 중에 있다. 하ㆍ은ㆍ주가 수직적 왕조 계승이 아니란 것은 벌써 상식이 되었다. 은 민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역시 우리민족과의 관계 때문이다.(주나라가 은나라의 선진문명에 관한 열등감 극복 및 은족에 관한 처리 문제는 당시 중요한 정치적 쟁점의 하나로 생각한다. 더욱이 그들이 오랑캐라 명명하는 北狄, 南蠻, 西戎, 東夷의 글자를 볼 때 북, 남(개, 곤충)보다는 동, 서의 문화에 관한 그들의 평가를 엿볼 수 있다.) 허무맹랑한 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중화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가화’ 하나 만으로도 풍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점은 신화의 미신적인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민족에겐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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