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동양의 고전이라면 4서3경, 아니면 4서 5경을 말하지요. 그게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예기, 춘추, 주역.
거기에는 대체 무슨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요?
이 시대 유교는 우리들에게 과연 무엇일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4서3경을 읽지 않았다고 하여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습니다.
단지 1강(講)에서 말한 것처럼 공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사람노릇' '사람의 도리'에 대한 이야기가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으로 되어 있지요. 우리는 시쳇말로 x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고 '저런 싸가지없는 놈' '불학무식한 놈'이라고 하지요. 그럼 싸가지는 무엇일까요?
엊그제 지하철 무가지에서 배운 ‘중국어 한마디‘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學到老‘(쉬에 따오 라오).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뜻이지요. 중국에서는 선생님을 老師(라오스)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을 지식보다 지혜롭게 가르치려면 아무래도 연륜(짠밥)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참여정부도 너무 경륜이 없는 이른바 '386'세대들이 문제이지 않나요? 일국의 총리정도 되려면 최소한 환갑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저 국사(國事)를 '입(주둥이)방정'으로 풀어가려고 하다니요? 그렇습니다. 공자도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묻지도 않고 알려고도 않는 게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공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적인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던 사람이었던가 봅니다. 오죽하면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好學也‘라고 했겠습니까? 구(丘)는 공자의 이름입니다. 공자만큼 인근에 忠과 信에 대하여 알고 실천하고 학문을 탐구하기를 좋아한 사람이 없었던 게지요. 누구라도 아는 말이지만 15세에 ’志于學‘(학문에 뜻을 세움)하고 30세에 ’立‘(학문에 일가견을 갖고) 40세에 ’不惑‘(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50세에 ’知天命‘(하늘이 이치를 알고) 60세에 ’耳順‘(무슨 말을 들어도 귀에서 거르고) 70세에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마음대로 좇아도 법도에 어그러짐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그런 공자도 70 평생을 살면서, 감히 말하건대 콤플렉스 투성이였던 것같습니다. 아버지는 파파노인이었지요. 어머니는 당골네였던 것같습니다. 그나마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17살 때 세상을 떴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런데도 어릴 때부터 소꿉놀이를 해도 제사 지내는 것을 흉내내고 예에 대해 알고 있었다나요? “孔子爲兒嬉戱 常陳저(도마저)豆 設禮容‘.
게다가 사람들이 전혀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을 것이지요. 조선조 영조임금이 무수리출신 어머니로 평생 콤플렉스로 작용했던 것과 같겠지요. 그런 공자가 인류의 스승이 되기 까지는 얼마나 많은 자기수양 과정이 있었을까요?
최첨단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 웬 공자타령이냐고 할 분도 있겠지요. 그러나 유교는 너와 나의 철학을 말합니다. 사랑과 나눔의 철학이기도 하지요. 너와 나는 관계를 맺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바로 그 일 속에서 유교는, 공자의 가르침은 행동하는 철학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지행합일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그게 바로 한마디로 하면 인(仁)입니다. 4서5경에 숱하게 나오는 仁이라는 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질 인’이라고 해석하면 절대 안됩니다. 仁은 ‘사랑할 인’ ‘사람다울 인’으로 해석해야 옳습니다. 혹자는 그럽니다. 유교는 충효(忠孝)만 강조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종교라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공자가 설파한 유교는 충(忠)을 강조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충을 얘기한 적은 있지요. 그러나 그 충은 현재의 국가에 대한 일편단심의 충성이 결코 아닙니다. 공자가 말한 忠은 ‘진기지위충’(盡己之謂忠)입니다. 충의 글자를 보십시요. 중(中)자와 심(心)자로 되어 있지요. 자기 중심, 줏대, 주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극진함을 일러 충이라고 한 것입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개념은 한나라때 동중서(董重舒)라는 유학자가 만든 것입니다. 유교는 수직적인(hirachy) 개념이 아니고 수평적인 개념입니다. 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부자’(父子)입니다. 그것도 父로서 ‘자애로움’이 앞서야 하는 것입니다. 아들의 효를 강조한 게 아닙니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입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말로 다 ‘제자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무조건적인 충과 효를 강요하는 게 아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오륜을 얘기합니다. 거기에 항상 ‘삼강’(三綱)이 따라붙죠.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임금은 신하의 벼리(그물코)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의 벼리가 되고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고... 그러나 삼강은 유교의 덕목이 아닙니다. 이것 역시 동중서의 작품입니다. 그렇게 군신을, 부자를, 부부를 상하개념으로 얽매이지 않는 게 유교의 정신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 드립니다. 유교에서는 ’오륜‘(五倫)만이 있을 뿐입니다. 五敎라고도 했지요. 공자의 사손(師孫:공자의 제자인 子思의 제자)인 아성(亞聖:공자 다음의 성인) 맹자가 말한 것입니다.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이것도 부자유친이 군신유의보다 먼저입니다. 군신유의가 먼저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자(慈)와 아들의 효(孝)가 기본입니다. 부자유친의 친(親)은 어버이 친이 아니고 ’사랑할 친‘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친함은 아버지에게도 있고 아들에게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누구 한쪽의 일방적인 친함이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부부간에도 그렇지 않나요? 부자의 친함(사랑함)이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가,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이지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백성의 힘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 유교의 정신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세 忠을 무조건적으로 강조하고 강요한 독재자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그 분이 따님이었던 노처녀 ’공주‘(公主)가 야당을 대표하며 ’설레발‘을 까고 있지 않나요?
결론은 “親親-仁民-愛物-大同世界’로 진전되는 게 유교의 알짬사상이라는 것입니다. 어버이를 사랑한 후 다른사람(백성)을 사랑하고 이어 자연을 포함한 만물을 사랑한 후에야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대동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자, 여기에서 생각해봅시다. 자기 자식을 예뼈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식도 예뼈할 줄 아는 것입니다. 저 80년대 초반 ‘광주여, 민족의 십자가여”라며 울부짖은 광주의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기가 막힌 시 한편을 지었지요. 한번 읊어볼게요.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심심산천에 백도라지야/니가 잘나 백도라지냐/내가 잘나 백도라지냐//내 새끼는 어째서 그런지/똥구멍을 빨아도 냄새가 안나더라//자식새끼 가져본 사람들은 모두 그러겠지만/나는 틈만 생기면 내 새끼의 엉뎅이와/똥구멍을 빨며 좋아 어쩔줄을 모른다//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심심산산천에 백도라지야/이제 남의 새끼 똥구멍을 빨아도/냄새개 안날 것 같으니//좌우지가 나도 눈이 제대로 트이는가 보다/좌우지간 나도 콧구멍이 제대로/벌룽벌룽 열리는가 보다/오 하느님!/고맙고 고맙습니다>.
그렇지요. 지 자식 똥구멍만 빨며 헤룽헤룽 좋아하는 사람만 되면 되겠습니까?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유교는 우리 몸속에 유전자처럼 있는 것입니다. 불행히 그것을 배척되게 만든 요인들이 조선조말부터 너무 많이 있었지요. 거기에 일제 식민지 36년은 치명타였습니다. 모든 잘못을 유교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양반제도, 남녀차별, 직업차별, 탁상공론, 국론분열, 망국의 원인까지 모두 공자님의 후손인 유림과 성리학에 돌리고 만 것이지요.
그러나 알아야 합니다. 우리 핏속엔 알게 모르게 유교의 대동세계 정신이 흐르고 있지요. 그게 있어 결국 나라가 안뭉개지고 연속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불교가 마음의 고향이듯이 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에 면면히 흐른 그 정신이 지금 우리들에게도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너무나 자연스럽다보니 알지 못할 뿐이지요. 저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을 외람되게 “유교는 한복이다”라고 내려봅니다.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몸에 착 맞는 한복같은 것, 원초적 본능처럼 정신세계에 내재돼 있는 어떤 것, 그것이 유교 아닐까요?
남도의 ‘열혈청년’ 김준태시인은 ‘한복은 맨살의 부드러움’이라고 노래합니다. 이 양반도 어느새 환갑이 되었지요.
한복은 맨살의 부드러움이다.
조선의 안으로부터 묻어오는 온화하고도 미끈한 빛깔.
가래침을 뱉고 싶은 거리에서 무명도포를 걸치는 일은
몇 십내나 더 속이 후련하다.
푸른 하늘처럼 붙는 감촉이란
입술에 물린 젖가슴보다 푸짐하다.
요즘은 섹스에 달관한 노인들만이
의젓하게 입고 다닌다고 하지만
혁명을 겪어본 사람은 한번쯤은 한복을 입어보라.
정신을 휘감고 흔들리는 곡선은 잔물결많은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붓끝이라 해도 어찌 시늉이나 하겠느냐.
넉넉한 바짓말을 추스를 때
등줄기가 환해지는 고적감은
자유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지금은 정서의 절정에 매달린 단 한 벌의 한복을
입기 위하여 시골로 장가들려고 애를 쓰고
밤중에도 장롱의 열쇠를 비틀며
할아버지의 한복을 몰래 빼내려는
혁명적인 장난은 너무나 서글프다.
한복을 훔쳐서라도 입으려는
내 알몸의 소원은 암담할 뿐읻.
늘 남의 옷을 벗고 입었기에 암담할 뿐이다.
모두들 양복을 입는 세상?
모두들 다른 마음을 입는 세상?
어머님, 나는 한복을 즐겨 입고 싶어요.
깊은 밤에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먹물이 풀리는 듯한 한복의 볼륨!
감실감실한 촉감을 주면서도 교교한 어질머리!
그 환장하게 아늑한 깊이! 잘지지 않는 노을의 얼룩!
피를 뚫지 않고도 잡혀지는 뻑뻑한 어제으 깊이!
거울 앞에 서서 보며 입지 않아도 옷고름이 나붓이
고요히 제자리에 와서 만져지는
그 기막힌 연두빛의 떨림! 떨림! 떨림!
혹은 외롭게 헐어져 내려갔던 그 하이얀 따거움!
스르르 눈 감아보면 저절로 흔들리는 황량한 옆모습!
우리가 한번도 가지 않은 곳에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이듯
아직은 칼이 박힐 수 없는
우리네 눈물에 땅강아지처럼 기어다니는 저녁 어스름!
물레방아에 휘감긴 치렁치렁한 잎사귀의 아픔!
어머님, 나는 오지게 한복을 입고 싶어요.
서럽도록 하이얀 한복을 죽고 못살게 좋아해요.
바짓말이 넉넉하여 펄럭이는 우리나라 사람들!
솔바람도 초승달 달빛으로 흘러 들엉는 기인 소매통!
은은하고 부드러운 한복을 호올로 찾아서 입노라면
어머님, 어머님, 나는 정말 외롭지 않답니다.
모처럼 빨아 다려 입고 길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은
나를 이방인처럼 치켜다 보지만
저희들끼리 들먹들먹 수군수군거리는 모양입니다만
어머님, 나는 그럴수록 마음이 뉘엿뉘엿 푸근해집니다.
잃어버린 옛시절 고향을 돌아나 온 듯이 밀려드는
밤바다의 파도에 머리끝까지 안기우듯이
한복은 내 불덩이 가슴을 지그시 지그시 누르며
머언 푸른 하늘을 향하여
학처럼 넓게 날게를 펄럭거려 준답니다.
피를 뚫지 않고도 잡혀지는 뻑뻑한 어제의 깊이!
깊은 밤에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먹물이 풀리는 듯한 한복의 볼륨!
어머님, 그래요 살이 너울거리도록 입고 싶어요.
죽어갔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펄럭펄럭 입고 싶네요.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갈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부림을
오 눈물보다 더 맑은 한복을 곱게 여미어 입고
한번쯤 호탕하게 너털털 웃고 싶어요.
한번쯤 쩌렁쩌렁 목청을 가다듬고서
정든 산천 어디에서나 하얘지고 싶어요...
캄캄한 밤중에도 하야지며 나부끼고 싶어요...
좀 비약이 심했나요? 하지만 한복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고향 옷이듯이 이미 공자, 맹자의 생각은 우리의 유전자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이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은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그게 사람노릇하는 것이거든요. 나눔의 철학, 관계의 철학,
포용의 철학... 그렇지 않나요? 아직 감이 안잡히신다구요?
그건 제 실력이 부족해서이지요.
다음번엔 좀더 쉽게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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