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 풍성한 가을. 오곡(五穀)은 다섯가지 주요 곡식을 이르죠. 곧 쌀, 보리, 조, 콩, 기장. 그중 기장은 생소하죠. 볏과의 일년초 식용식물로 줄기는 50-120cm가 되고 이삭은 가을에 익는데 열매는 담황색이며 좁쌀보다 낟알이 굵습니다. 하지만 기장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게 됐죠. 쌀도 남아도는데 누가 예전처럼 기장을 길러 기장밥을 해먹겠나요?
백과(百果)는 백가지 과일을 이르겠지만, 정말 100가지나 될까요? 그저 감, 밤, 대추, 배, 사과등의 과일이 가을에 많다는 뜻으로 한 것이겠지요.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암튼, 시절은 호시절이라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시집 장가가는데 이 철만큼 좋은 때는 또 없지요. 제주도가 '교미도'가 되는 시절이 봄 말고 가을이지요. 물론 '교미'하는 데야 사철이 따로 있나요. 그야말로 포시즌(four season)이지요. 낮밤도 따로 없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기에 누리는 있는 특권중의 특권이지요. 엊그제 두물머리의 밤 좀 보세요. 처처에 모텔, 이른바 러브호텔이 즐비하지요. 요즘은 성매매 단속법 때문에 죽을상이라나요? 근디, 진짜로 성매매를 공권력으로 단속해도 되남요? 그거야말로 오천년 우리 역사이래 내려온 불문헌법이자 관습헌법 아닌가요?
아무튼, 주말에 좀 쉬려고 하면 그 숱한 세금없는 '교미 고지서'들 때문에 골치 아프시죠?
봉투에 어떻게들 쓰시나요? '축 결혼'(祝 結婚) '축 화혼'(祝 華婚)이라고 흔히 쓰시겠죠. 이것 틀린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꼭 '축 혼인(婚姻)'이나 '경하 혼인(慶賀)'이라고 쓰시고 이름도 봉투 앞면에 쓰세요. 봉투 뒷면에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도'보는 사람만 봉투 뒤집는데 번거롭기만 합니다. 그냥 앞면에 쓰세요. 뒷면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는게 예의입니다.
거기에다가 세로로 이렇게 한번 써보세요.
봉투 전면 우측상단에 '爲'라고 쓰고 줄 바꿔서 같은 높이부터 '누구의 무슨 일'이라고 써보세요.
EX) 爲(줄 바꿔서)
송기돈君(줄 바꿔서)
慶賀婚姻(높이는 같은 높이)
(줄을 또 몇 줄 길게 바꾼 후 아랫자리에)
김정권 하례(賀禮)
자, 봉투 앞면은 이제 됐습니다.
결혼, 화혼은 왜 틀린 말이냐구요? 결혼(結婚)은 한 집안이나 국가끼리 사돈을 맺는다는 의미입니다. 예전 신라와 백제가 국혼(國婚)을 맺었을 때 '結婚'이란 말이 문헌에 보입니다.
남자 여자가 시집 장가가는 것은 '혼인'이라고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정부에서 1969년 '가정의례준칙'을 법률로 정할 때 '결혼'이라고 했는데, 그 잘못을 깨닫고 모든 문서를 '혼인'이라고 바꿨습니다. '화혼'이라는 단어는 국적불명(國籍不明)이니 더더욱 쓰면 안됩니다.
어떤 친구는 결혼을 여자(女)와 남자(바지 氏)가 좋은(吉) 날(日) 만나 실(絲)처럼 엮이는 날이라고 '파자(破字)'해석을 하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싸가지' 있는 사람들이 할 짓은 꼭 물목지(속종이)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바쁘게 살다보니 예식장에서 봉투를 빌려 부랴부랴 돈만 집어넣기도 합니다만, 볼썽사나운 짓입니다. 이는 성의문제입니다. 꼴불견이 또 있지요. 봉투 앞면에 '축결혼'이라고 인쇄된 것을 사용하는 것도 안될 일입니다. 맨날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서 '알량한' 글씨 그럴 때라도 써보면 안되나요? 붓펜 1300원이면 삽니다. 집에서 준비하세요. 주인공들의 행운과 건강을 마음속으로 축원하며서. 꼭 입니다요. 우리 예절바른 전라고인들은 그런 사람들은 없겠지요. 물목지는 다섯부분으로 접습니다. 우측 첫째칸은 비워 둡니다.
둘째 칸은 봉투 앞면처럼 '爲'라고 쓰고, 같은 높이부터 '누구의 무슨 일'이라고 씁니다.
셋째 칸의 우측에 봉투의 전면 중앙에 쓴것과 같이 쓱, 이어서 빌고 싶은 말을 쓰징.
셋째 칸의 좌측 GEKS에 부조금품의 종류와 수량을 적습니다. 현금의 경우는 '정'(整)을 쓰지 않습니다.
넷째 칸에 연, 월, 일과 부조하는 사람의 이름을 씁니다.
다섯째 칸은 비웁니다.
EX) 첫째 칸 (비움)
둘째 칸 爲(줄 바꾸고 같은 높이에서)
송기돈 君
셋째 칸 경하혼인(慶賀婚姻)(둘째칸과 같은 높이에서)
근축행복(謹祝幸福)(경하혼인과 같은 높이에서)
셋째 칸 좌측 하단(적당한 자리에서)
하례(賀禮) 금(金) 삼만원(三萬원)
넷째 칸 우측 상단(적당한 자리에서)
2004녀 10월 31일
좌측 하단(적당한 자리에서)
김정권 賀禮
결혼식 부조 서식은 끝났습니다.
이제 문상갈 때 부조 서식입니다.
환절기 우리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일이 잦습니다.
뜻 살피시고 옥체 돌봐 드리시기 바랍니다.
문안인사도 '마음 못 비우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의 형편없는 남자 김영삼옹처럼
매일아침 아버지에게 전화는 못드려도 일주이에 두세번은 전화하세요.
우리는 그냥 삐죽 봉투 앞면에 '부의'(賻儀)라고 적고 뒷면에 이름만 적지요.
하지만 오늘부터는 이렇게 해보세요.
EX) 결혼식 축하서식과 같습니다.
우측 상단에 爲
000宅喪次(爲자와 같은 높이로)
좌측 하단에 000 곡배(哭拜)
물목지(속종이)도 일정하게 다섯부분을 접습니다.
첫째 칸은 비우시고
둘째 칸에 爲(줄 바꾸고)
000氏大夫(아버지), 아니면 大夫人(DAJ니)喪次
셋째 칸 우측상단에 謹(줄 바꾸고)
조위(弔慰)
좌측하단에 부의(賻儀)金三萬원
넷째 칸에 2004년 10월 0일
좌측 하단에 000 곡배(哭拜)
아이구, 힘들어라!
진짜 중요한 게 빠졌네요. 절 하는 방법, 이것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우리는 흔히 경조사(敬弔事)라고 말하지요. 결혼이나 백일잔치, 돌잔치,환갑연, 고희연등은
모두 상서로운 일(吉事)이지만, 사람이 죽는 일은 흉사(凶事)입니다.
요즘은 백일탈상, 49재로 부모님 상을 정리하는데, 그때까지만 흉사이고 제사는 길사입니다.
길사와 흉사의 절하는 방법이 다르답니다.
공수(拱手:손 가지런히할 공)는 절하는데 기본입니다. 두 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여서 편 다음 앞으로 모아 포갭니다. 엄지손가락은 엇갈려 깍지 끼고 식지 이하 네 손가락은 포갭니다.. 아래에 있는 네 손가락은 가지런히 펴고, 위에 있는 네 손가락은 아래에 있는 손이 새끼 손가락쪽을 지그시 쥐어도 됩니다. 문제는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각,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해야 합니다. 왼쪽은 동(東)쪽이고, 동은 양(陽)이기 때문입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흉사시 공수는 반대입니다. 남자가 오른손을 위로 하고 여자가 왼손을 위로 한다는 것이지요. 이제부터 문상가서 한번 유심히 보십시오. 제대로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요? 그보다 가관인 것은 두 손을 모으지도 않고 두 손을 나란히 벌린 채 바닥에 넙죽 절을 하는데, 이것은 망발중의 망발입니다. 이것은 고두배(叩頭拜:두드릴 고)라고 하는데 임금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하는 절입니다. 돌아가신 분이나 상주가 임금입니까? 부모님이나 대통령 앞에서도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문상가서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데, 남자는 오른손이 왼손위에 놓아야 합니다.
이것은 기본이구요. 엉덩이를 높이 쳐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큰 실례입니다. 엉덩이를 바짝 다리에 붙여야 합니다.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군요. 우선 손잡는 방법만 일단 아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호(號)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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